9일 민주노총의 주도로 서울 도심에서 열린 `2003 전국노동자대회`에서 근로자와 학생들이 6년여 만에 다시 화염병과 쇠파이프를 동원, 극렬한 불법폭력시위를 벌였다. 시위대는 불법파업으로 인해 발생하는 기업의 피해와 손해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와 가압류 철폐를 요구했다. 그러나 이것은 쟁의권 남용과 불법파업 조장 등에 의해 노동불안을 가중시킬 우려가 크다는 점에서 부당한 요구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노동계는 쟁의가 불법이라 하더라도 이로 인한 손해에 대한 배상청구와 가압류를 할수 없도록 하고 폭력이나 파괴행위로 인해 발생한 직접손해에 국한해서만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고 영업손실과 같은 손해에 대해서는 손해배상 책임을 면제할 것으로 요구하고 있다. 아울러 쟁의행위가 불법이라 하더라도 노조의 결정에 따라 이뤄진 경우에는 개별조합원에 대해서는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도록 하자는 주장이다.
그러나 손해배상 및 가압류에 대한 노동계의 이 같은 주장은 노사간의 힘을 균형을 무너뜨려 노동불안을 조장할 공산이 클 뿐 아니라 법치주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부당한 발상이다. 우선 손해배상이나 가압류문제는 기본적으로 불법파업의 경우에만 발생하는 것이다. 따라서 손배와 가압류를 철폐하자는 것은 불법파업에 대해 노조의 면책특권을 부여하는 것이 돼 불법파업을 조장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불법파업에 대해 민사책임을 면제할 경우 노조에 지나친 특권을 부여하는 것으로 노사간 힘의 불균형을 초래해 노사불안이 가중될 것이 때문이다. 또 불법 파업에 따른 손배ㆍ가압류를 철폐하는 것은 다른 불법 행위자와는 달리 불법 노조활동을 한 사람에 대해 혜택을 부여하자는 것으로 법의 형평성 원칙에 반하는 것이다.
노동기본권은 충분히 보장되어야 하지만 `쟁의행위는 목적ㆍ방법ㆍ절차에 있어서 법령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돼서는 안 된다`고 노동조합법 및 노동관계조정법은 규정하고 있다. 노동계는 사용자측에 의한 손배 및 가압류의 남용을 주장하고 있지만 사용자의 권리행사에 제한을 가하고 있음은 물론 손배 및 가압류에 대한 법적 정당성은 기본적으로 법원이 결정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합당한 주장이라 할 수 없다.
독일 프랑스 미국 일본 등 대부분의 국가에서도 불법파업 책임규정을 두고 있는 데서도 알 수 있듯이 노동계의 `불법파업 민사면책` 요구는 국제기준은 일반 민사법 질서에 부합하지 않는 주장이다. 손배ㆍ가압류 행위는 노조의 불법행위에 대해 사용자측이 행사하는 자구책으로서 합법적인 노조활동에 대한 부당한 억압수단과는 거리가 멀다. 특히 최근 사용자측이 손배ㆍ가압류에 나서고 있는 것은 노조의 불법적인 쟁의행위에 대해 공권력이 수수방관함으로써 피해가 커지고 있다는 사실과 무관하지 않다. 기본적으로 불법 파업이 없으면 손배ㆍ가압류도 없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정영현기자 yhchung@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