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교적 평이하게 출제된 6.02 모의수능 수리 출제경향을 살펴보면 시험이 쉬워지면 쉬워질수록 EBS 반영률은 높아질 것이지만 상위권 학생들은 변별력과 당락을 결정하는 몇 개의 고득점 문제 때문에 EBS와 차별성을 갖는 다른 교재나 강의에 더 집중할 것이라는 아이러니한 사실이다.
이번 모의 수능 수리는 난이도 높은 수열이나 확률 문제가 출제되지 않아서 학생들이 느끼는 체감 난이도는 비교적 낮았다. 기존에 출제되었던 문제들을 변형해서 만든 익숙한 문제들도 여러개 볼 수 있었다. 중하위권 학생들도 성실히 공부했다면 쉽게 풀 수 있는 교과서적인 간단한 계산 문제들이 많이 출제된 점과 상위권들의 변별력을 측정하기 위해서 문제 유형에 난이도를 부여한 점등이 특징이다.
학생들이 당황하는 실생활에 관련된 수학 외적 문제나 복합 사고력을 요구하는 범교과서적인 통합 문제는 비교적 적게 출제되었다. 한편, 수학Ⅱ 미분 문제에서 중복되는 개념의 문제가 여러개 출제되었다는 점은 미분 문제의 폭 넓은 다양성에 비추어 볼 때 다소 아쉬운 점이다.
문제가 비교적 쉬웠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합격을 결정짓는 것은 신경향 문제와 고난도 문제들이라는 점이다. EBS에서 100% 출제되고 전국의 학생들이 100% 시청해서 모든 내용을 학습했으며, 시험이 아주 쉽게 출제되어서 모든 학생들이 만점에 수렴하는 점수를 받았다고 하자. 이는 또 다른 평가의 잣대, 또 다른 사교육비가 투입되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학원에서 수학을 가르치는 선생의 입장으로서 EBS 방송의 취지에 대해서는 절대적으로 동의하지만, 출제 원칙이나 운영에 대해서는 아쉬운 점이 많다. 이번 평가를 통해서 좀더 발전적인 쪽으로 진행됐으면 하는 작은 바램이다.
평가원은 수능 출제의 원칙은 학교수업을 기본으로 교육방송 교재와 강의 내용이 보완된다는 것이며, 그간의 수능 기출문제도 수정, 보완해서 다시 낼 수 있다고 밝혔다. 따라서, EBS 이전에 우리 학생들의 바이블이었던 교과서나 학교수업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다. 또한 학생들은 부족한 점 보완을 위한 학원 수업을 등안시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수학이 어려운 학생들은 포기하지 말고, 기존의 기출문제들을 꼭 면밀히 확인하고 넘어가야 하며, 간단한 계산 문제를 틀리지 않는 훈련을 해야 한다. 만점을 목표로 하는 학생들은 빠짐 없는 개념 정리와 복합적 사고 문제 풀이를 병행해야 한다.
/한상범 스카이에듀 수리영역 강사 han100@skyedu.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