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넘어야 내가 산다."
'전차군단' 독일과의 평가전에서 짜릿한 3-1 승리를 거둔 요하네스 본프레레 한국축구대표팀 감독이 미국전지훈련(1.8~26일)을 앞두고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바로 빛은 나지 않지만 현대 축구의 가장 중요한 포지션 중 하나인 수비형 미드필더 요원들의 치열한 경쟁이 불가피해졌기 때문.
독일전에서 보듯 신예로 대변되는 '젊은 피'들이 부쩍 성장해 대표팀이 향후 신구 조화 속에 운영될 것으로 보이나 본프레레 감독은 공격라인의 경우 아직까지 기존 월드컵 멤버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게 사실이다.
다만 공격루트의 시발점이자 상대 공격형 미드필더를 묶는 수비형 미드필더는누구도 주전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2002한일월드컵을 전후해 '원조 진공청소기' 김남일(전남)이 붙박이로 활약했지만 부상에 발목이 잡혀 아시안컵 이후로 대표팀에 힘을 보태지 못한 것이 계기가 됐다.
이 사이 김두현(수원), 김정우(울산), 김상식(광주)이 대타로 투입돼 특별히 흠잡을 데 없는 플레이를 선보이며 본프레레 감독의 눈도장을 찍었다.
찰거머리 수비가 트레이트마크인 김상식은 독일전에서 공격 공헌도는 그리 크지 않았으나 상대 주포 미하엘 발라크를 그림자처럼 달라붙어 예봉을 어느 정도 꺾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이동국(광주)에 패스를 건네 김동진(서울)의 발리슛으로 연결된 첫 골을돕기도 했다.
2004아테네올림픽에서 한국의 사상 첫 올림픽 8강을 견인한 김두현과 김정우는중거리포 능력도 지녀 언제라도 주전자리를 넘볼 수 있는 상태.
따라서 '생존경쟁'에 놓인 이들이 모두 참가하는 미국전지훈련이 2006독일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에 중용될 주전 수비형미드필더가 최종 낙점되는 무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박주영(고려대), 최성국(울산), 남궁도(전북), 김동현(수원) 등 신예들은 유럽파, J리거 등 해외파가 모두 빠진 가운데 벌어지는 전지훈련이 본프레레감독의 마음을 사로잡을 절호의 기회인 셈이다.
바꿔 말하면 전지훈련은 신인들의 '등용문'인 동시에 피말리는 경쟁의 각축장이될 예정이다.
거스 히딩크 감독 시절인 지난 2002년 초 골드컵 출전을 포함한 미주 원정에서는 차두리(프랑크푸르트)가 히딩크의 눈도장을 찍어 월드컵 엔트리 포함의 행운을거머쥐기도 했었다.
한편 본프레레호는 전지훈련 기간 세계축구 강호들인 콜롬비아, 파라과이, 스웨덴과 친선경기를 벌이며 최종예선에 대비한다.
(서울=연합뉴스) 박재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