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책과 세상] 자유민주주의에 불편한 진실 전하다

■ 촘스키, 희망을 묻다 전망에 답하다 (노엄 촘스키 지음, 책보세 펴냄)


미국에서 매년 10월 둘째 주 월요일은 콜럼버스의 날이다. 1492년 10월 12일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대륙에 상륙한 날을 기념하기 위해서다. 촘스키가 칠레에서 강연한 2006년 10월에도 미국에서는 신대륙 발견 514주년을 기념하는 행사가 성대하게 열렸다. 당시 촘스키는 신대륙 발견을 기념하기 위해 칠레를 찾은 것이 아니라 미국의 지배와 탄압을 고발하기 위해서였다고 회고한다. 세계적인 언어학자이자 '미국의 양심'이라 불리는 저자가 2006년 칠레 강연을 시작으로 2009년까지 강연과 기고문을 엮은 책이 출간됐다. 촘스키는 북반구와 남반구의 격차 확대,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의 실패, 미국과 이스라엘의 가자 지구 공격, 구제금융사태 등 21세기에 닥친 위기를 면밀하게 분석하는 한편 인류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다. 기존 질서에 안주해온 자유민주주의 진영이라면 여든을 넘긴 노학자의 지적이 불편하기만 하다. 저자는 미국과 이스라엘이 벌이는 끔찍한 살육의 현장이 민주주의라는 이름으로 포장되고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정당한 방어 행위는 테러로 규정되고 있다고 일갈한다. 21세기 인류가 직면한 현안을 분석하는 동안 촘스키는 인류사를 통해 검증된 국제 질서를 확인한다. ▦강자는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약자는 당하는 대로 당한다(투키디데스) ▦국가 정책의 주요 입안자는 다른 사람이 어떤 고통을 겪든 자신의 이익이 특권적 배려를 받도록 심혈을 기울인다(애덤 스미스) ▦칼을 마음껏 휘두르려면 제 눈을 가려야 한다(프랜시스 제닝스) 등이 그것이다. 촘스키는 라틴아메리카의 민중 혁명에서 희망의 불씨를 찾아낸다. 그는 "라틴아메리카는 자유와 정의를 위한 끊임없는 투쟁에서 가장 역동적인 발전이 이뤄지고 있다"며 "라틴아메리카의 민중 투쟁은 전세계 양심 있는 민중들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고 말한다. 2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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