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中이어 美까지 소비자물가 최저수준세계 경제가 동반 디플레이션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영국의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12일 세계 경제가 직면하고 있는 가장 큰 위험은 디플레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으며, 파이낸셜타임스는 사상 최저 수준까지 떨어져 있는 금리가 디플레의 징후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일부에서는 세계 경제가 일본식 장기불황에 빠질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세계 최대 경제국인 미국의 올해 국내총생산(GDP) 물가지수 상승률은 1%에 머물러 48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특히 올 GDP 성장률이 잠재 성장률 3~3.5%를 밑돌 것으로 전망돼 디플레 가능성을 증폭시키고 있다. 경제 성장률이 비록 마이너스로 떨어지지 않더라도 장기적인 추세선인 잠재 성장률을 밑돌게 되면 총공급이 총수요를 초과, 디플레가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지난 3월부터 8월까지 6개월간 연속 소비자물가지수가 하락해 디플레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태며, 유럽 역시 국내 소비가 살아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세계 경제의 동시 디플레 조짐은 미국ㆍ일본 등 주요국의 국채 금리가 바닥을 모르고 떨어지는 것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지난 주 10년 만기 미 국채 수익률은 4% 밑으로 떨어져 지난 1963년 6월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일본의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도 13일 1.03%를 기록, 3년 10개월 만의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국채 금리의 하락은 실질 금리가 하락하거나 인플레이션율이 낮아지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실질금리가 바닥권에 도달한 상황에서도 국채 금리가 계속 하락하는 것은 마이너스 인플레, 즉 디플레가 나타나고 있다는 뜻이다.
모건스탠리의 스티븐 로치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12일 "증시 거품이 해소되지 않고 있어 앞으로 수 년간 미 경제가 여러 번에 걸쳐 불황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며, "지난 5년간 전례 없는 급등세를 보인 부동산 시장의 거품도 디플레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일본과 중국이 디플레를 '수출'하고 있다는 비난도 제기하고 있다.
전통적 수출국인 일본과 지난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한 중국은 올해 사상 최대의 무역흑자를 기록하며 미국과 유럽 등에 대한 수출량을 늘려 왔다. 이는 미국과 유럽 지역의 총공급을 증가시켜 디플레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또 금리 하락으로 국내에서 투자대상을 찾지 못한 일본의 자금이 대거로 미 국채에 몰리며 미국의 금리하락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김대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