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펀드, 주식 대신 초단기 대출 열올려

지난달 2조3000억 뭉칫돈 몰렸는데…<br>콜론 비중 2년4개월來 최고<br>"변동성 탓 적극 매수 힘들것"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 운용중인 초단기 대출상품인 콜론의 비중이 2년 반 만에 최고 수준으로 뛰었다. 8월에만 2조3,000억원에 가까운 뭉칫돈이 펀드로 유입됐지만 정작 펀드 운용주체들은 주식 대신 초단기 대출에만 열을 올린 것이다. 4일 금융투자협회와 자산운용업계에 따르면 지난 1일 기준 국내 주식형 펀드의 주식 보유액은 54조2,567억원으로 한달 전인 7월말(60조5,060억원)에 비해 6조원 이상 줄었다. 이로써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 주식의 비중은 지난 2009년 2월(90.21%) 이후 가장 낮은 90.91%로 떨어졌다. 반면 초단기 상품인 콜론(call-loan) 보유액은 7월말 1조9,736억원에서 1일 2조5,495억원으로 5,759억원이나 급증했다. 콜론의 국내 주식형 펀드내 비중 역시 3.03%에서 4.27%로 1.24%포인트나 올라 지난 2009년 4월(4.37%)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유가증권과 코스닥시장에서 유입된 투신의 순매수액 9,989억원(유가증권 7,225억원, 코스닥 2,764억원)의 절반을 넘는 수준이다. 또 이 기간 국내 공모 주식형 펀드로 유입된 자금이 2조2,911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이중 25% 이상이 콜론으로 몰려간 것이다. 국내 주식형 펀드내 예금액도 2,872억원이 더 늘어 1.39%까지 비중을 높였다. 올 1월 (0.52%)의 두배를 훨씬 웃도는 수준이다. 특히 이달 1일엔 단 하루 만에 2,140억원의 펀드 자금이 예금으로 들어간 것으로 나타났다. 펀드 내 콜론 비중이 급증한 것은 운용주체인 자산운용사들이 시장에 대한 자신감을 상실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대외 변수로 주식시장이 극심한 변동성에 시달리고 있는 만큼 현금처럼 안전하면서도 일반 예금보다 높은 수익률을 올릴 수 있는 콜론으로 방향을 틀고 있는 것이다. 실제 수시 입출금식 은행 예금의 경우 현재 이자율이 연 1~2% 수준이지만 콜 금리는 2일 현재 3.49%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최근 펀드로 돈이 들어오고는 있지만 현재 주식시장에 대한 확신이 서지 않기 때문에 주식 보다는 현금성 자산에 운용을 치중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일반 예금의 경우 이자율이 너무 낮기 때문에 이자율이 약간 높으면서 언제든지 현금화할 수 있는 콜론에 눈이 가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자산운용사 관계자도 "9월 들어 조금 줄기는 했지만 지난달까지만 해도 돈이 들어오면 일단 콜(론)로 넣어두는 경우가 있었다"며 "최근 증시가 조금씩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언제 터질 지 모르는 시한폭탄 같은 존재이기 때문에 쉽게 움직이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증시전문가들은 투신이 앞으로도 한 동안 적극적인 장기투자에 나서긴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오바마 미 대통령의 의회연설,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등 증시에 영향을 줄 대외 변수가 이달에도 산적해 있는 데다가 이미 3차 양적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주가에 상당 부분 반영돼 있기 때문에 펀드 운용자들이 추가적인 주식 매수에 부담을 느낄 것이란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투신이 저점에서 낙폭과대주를 사고 1,900선 부근에서 차익실현 하는 단기매매에 치중하면서 주식비중을 키우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재훈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투자자들이 펀드에 돈을 넣는 것은 그만큼 주식을 저가매수 하고자 하는 수요가 많다는 것인데 주식형펀드의 주식 비중은 그에 비해 매우 낮은 수준"이라며 "자산운용업계가 최근 워낙 신중하게 대처하고 있는 만큼 당분간은 장중 변동성을 이용한 단기매매 이상의 주식투자를 하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예상했다. 이경민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투신이 유휴자금을 콜론 등 단기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는 수단에만 활용하고 있다"며 "여러 대외변수들을 모두 확인하기 전까진 단기 차익매매에 치중하며 적극 대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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