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증권관련 집단소송법 유명무실 우려

3년여를 끌어온 증권관련 집단소송법이 결국 유명무실해질 우려가 높아졌다. 17일 국회 법사위를 통과한 증권관련 집단소송법 제정안에서 소송제기 요건이 강화되고 시행시기도 연기됐기 때문이다. 소송남발에 따른 기업의 피해를 최소화하자는 한나라당의 수정안이 수용된 것. 다만 소송을 제기할 때 공탁금을 걸고 담보까지 제공하도록 한 한나라당의 수정안은 채택되지 않고 정부 원안대로 통과돼 그나마 소송의 실효성을 확보한 것으로 평가된다. 집단소송제의 최대 쟁점은 무분별한 소송제기를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마련. 국회는 지난 7월 법사위 소위에서 ▲발행주식 총수의 0.01% 이상 ▲시가총액 1억원 이상 등 2가지 요건 중 어느 한쪽만 충족해도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합의했다. 그러나 재계에서 소송남발을 억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며 강력하게 반발했고, 이에 한나라당이 동조하면서 집단소송제 훼손 우려가 제기되기 시작했다. 결국 집단소송법안은 이날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2가지 요건중 `1억원`요건이 삭제됐다. 국회 법사위가 확정한 안을 전체회의에서 수정한 것이다. 최소 소송 가능액 1억원이 삭제됨에 따라 주가가 높거나 시가총액이 많은 기업일수록 소액주주들의 집단소송 제기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예들 들어 시가총액 1위인 삼성전자의 경우 `0.01%요건`을 충족시키려면 대략 70억원 어치(1만5,000여주)를 모아야 소송이 가능하지만 소액주주들이 이만큼의 주식을 모으기란 사실상 어렵다는 지적이다. 자산 2조원 미만 기업에 대한 집단소송제 시행시기도 1년 연기됐다. 법사위 소위 통과안은 `자산 2조원 이상 기업은 2004년7월1일부터, 2조원 미만의 경우 2005년7월1일부터 각각 시행`하기로 했으나 전체회의 통과안은 각각 2005년과 2007년으로 연기됐다. 재경부의 한 관계자는 “자산 2조원 이상 기업에 대한 시행시기가 6개월 연기된 것은 법사위 소위 합의안이 도출된 시점이 7월이었으나 국회 심의일정이 반년 가량 지연됐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소송요건이 지나치게 제약된 측면이 적지 않아 아쉽지만 3년을 끌어온 제도의 도입이 확정된 것은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재계는 남소 방지대책이 법안에 포함돼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다. 실제로 대한상의는 최근 법사위 전체회의 심의를 앞두고 `1억원 요건`의 삭제와 2조원 미만 기업에 대한 시행시기를 1년 연기해달라는 입장을 국회에 전달하기도 했다. 시민단체는 이에 대해 집단소송제가 `종이호랑이`로 전락했다며 반발하고 있다. 증권업계는 제도가 도입돼 환영은 하지만 소송대상을 더욱 확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명기 증권업협회상무 “폐기될 뻔하던 집단소송제의 시행이 가시권에 들어왔다는 점은 기업의 투명성을 한층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앞으로 남소가 방지되는 선에서 제도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도록 소송대상과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권구찬기자 chans@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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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구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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