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나라살림을 또 마이너스통장으로 꾸려야 한다니

지난해 국세수입이 202조원으로 예상액보다 8조5,000억원(4%)이나 부족한 것으로 최종 집계됐다. 세수목표치 미달은 2012년에 이어 2년 연속이다. 통상 걷을 세금 예상치를 최대한 보수적으로 잡는데도 세수부족 현상이 되풀이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하지만 저성장 조짐이 뚜렷한데도 새 정부가 대선공약을 이행하기 위해 '증세 없는 복지'를 공언하면서부터 이번 같은 세수부족은 어느 정도 예견됐다. 걷힌 세금도 지난해보다 감소했다. 외환위기와 금융위기 때 에 이어 이번이 세번째라니 나라살림에 이만한 적신호도 없다.


문제는 세수부족의 파급효과가 전방위로 퍼진다는 점이다. 당장 세계잉여금이 14년 만에 적자를 기록한 지난해에 이어 또다시 8,000억원가량 적자를 봤다. 마이너스 통장으로 나라살림을 꾸려나간다는 얘기다. 그나마 지난해 봄 세수 예상치를 줄이는 세입경정을 했길래 망정이지 그러지 않았다면 20조원 안팎의 대규모 결손으로 재정운용에 큰 부담이 될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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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그동안 세수부족에 대비해 하반기부터 재정집행 속도를 점차 줄어왔다. 지난해 재정 집행률은 전년도 이월액 7조8,000억원을 합친 예산 대비로는 91%에 그쳤다. 돈이 없어 예산을 집행하지 못하는 재정절벽을 맞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피하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지난해 4·4분기 경제성장률에서 재정기여도가 제로였다는 사실도 나랏돈을 덜 푼 데서 비롯됐다.

기회 있을 때마다 지적했지만 재정이 튼튼하지 못하면 당면 현안인 저성장 탈출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 재정건전성을 회복하는 길은 씀씀이를 줄이거나 세원을 확충하는 것 외에 달리 방도가 없다. 성장의 군불을 지피지 못하면 세수부족 사태가 한두 해로 끝나지 않고 구조화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재정취약성과 저성장의 결합은 최악의 시나리오다. 악순환의 고리를 반드시 끊어내야 한다. 2년차를 맞은 현오석 경제팀의 어깨가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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