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환경영향평가 공동조사 앞둔 '천성산 터널'

"결과 어떻든 승복…논란 끝내야"<br>공단등 "무제치늪 습지 큰영향 없을 것"<br>환경단체 "지하수 연결된 계곡등 훼손"<br>조사 방법 싸고 아직까지 이견 못 좁혀

천성산 원효터널 굴착현장에서 바라본 맞은 편 상동터널 현장. 환경부와 환경단체는 이달 하순 천성산 터널 공사에 대한 공동 환경영향조사를 실시할 예정이어서 그 결과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울주=김호정기자

“터널이 뚫리더라도 첨단 우레탄공법 및 마이크로시멘트그라우팅 등으로 지하수 누수 및 차수를 최소화해 식수고갈이나 인근 고산습지 침해를 예방하겠습니다.”(백경래 한국철도시설공단 영남지역본부장) “무제치늪에 흐르는 물은 영하 10도의 혹한기에도 영상15도 정도의 수온을 유지했는데 이는 심층지하수와 연결되지 않으면 불가능해 터널 공사로 심각한 영향이 우려됩니다.”(서재철 녹색연합 자연생태국장) 한국철도시설공단과 천성산대책위의 천성산 터널 공사에 대한 환경영향공동조사가 다가오면서 지난해 11월 공사가 재개된 경남 울주군의 원효터널 현장에는 다시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었다. 굴착공사는 지난 4일 현재 원효터널 13.28㎞ 구간 가운데 203㎙가 진행됐지만 이달 하순께 3개월간의 공동조사가 본격화하면 발파를 비롯한 조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작업이 중단돼 본격공사가 어려워지게 된다. 철도시설공단과 환경단체 양측 7명씩 14명의 대책위원은 오는 12일께 현장을 함께 둘러본 뒤 4개 분과별로 공동조사를 실시할 계획이다. 이번 공동조사의 핵심쟁점은 천성산 줄기를 가로지르는 원효터널 공사가 습지와 계곡이 많은 천성산의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주느냐다. 천성산 일대에는 정부가 1998년 생태계보호지역으로 지정한 무제치늪과 2002년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한 화엄늪을 비롯, 19개의 고산습지가 흩어져있다. 사업자인 철도시설공단이나 환경영향평가를 담당한 환경부는 이 습지들이 빗물을 담았다가 조금씩 내보내는 만큼 터널공사로 심층지하수 물길에 변화가 오더라도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지율스님측은 무제치늪 등의 물이 겨울에도 마르지 않는 것은 심층지하수와 연결돼 있기 때문이라며 터널공사가 이뤄지면 19개의 습지와 인근 계곡이 심각한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보존가치가 가장 높다는 무제치늪의 경우 고산습지 특성상 항상 물이 고여 있는 연못이나 늪이 아닌 개울 같은 물줄기가 흐르는 억새숲과 비슷했다. 습지 바로 아래의 이탄층이 스펀지처럼 물을 머금고 있다가 조금씩 내보내고 있다. 터널 공사가 습지로 공급되는 수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여부를 파악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현장시추. 그러나 무제치늪 훼손을 우려로 직접 조사가 어려워 조사방법을 둘러싸고 공단과 환경단체들이 이견을 좁혀지 못해왔다. 4일 취재진과 함께 현장을 찾은 박의준 국립환경연구원 박사는 “무제치늪을 시추하지 않더라도 비슷한 지층구조를 갖고 있는 주변 산을 시추하거나 수맥을 따라 특정 물질을 흘려 보내는 방식으로 심층지하수가 습지와 연결돼있는지 여부를 충분히 조사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공동조사단도 가능한 무제치늪 등을 직접 시추하는 것은 피하고 박 박사를 비롯한 전문가의 제안을 따를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동조사단은 3개월간의 현장조사를 토대로 공동보고서를 마련할 계획이나 합의에 실패할 경우 소송이 계류중인 대법원에 양측의 조사자료를 제출한 뒤 법원의 판단에 따를 계획이다. 한편 이번공동조사와 관련 공사현장 관계자는 “터널 현장은 250~400여명의 생계가 달린 곳”이라며 “이번 공동조사 결과가 어떻게 나오더라도 이에 승복해 몇 년을 끌어온 논란이 종식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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