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투명기업 만들자]많아진 '감시의 눈'

시민단체 활동 강화 '편법'땐 투자외면도과거와 같은 편법이 통할 수 없는 시대가 됐다. 기업활동을 감시하는 눈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주식투자인구만도 820만명. 해외펀드 등 간접투자자까지 합친다면 5,000만명이 기업을 주시하고 있다. 여기에 시민단체 등을 통한 감시기능도 강화되고 있다. 특히 외국인들은 석연치 않은 기업활동을 그냥 넘어가는 법이 없다. 지난 3월 삼성계열사들의 e삼성 지원에 대해 외국인들이 '셀(sell) 삼성'으로 대응한 게 대표적인 사례다. 올해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조지 애커로프 미국 버클리대 교수의 '불량품에 의한 시장(The market for lemons)' 이론은 한국의 현실에 그대로 들어맞는다. 중고차 시장에서 '불량품'에 대한 위험은 중고차의 가격을 낮추고 좋은 차도 적정한 가격을 받을 수 없게 만들어 결국 중고차 가격은 불량품이 결정하게 된다는 그의 이론은 투명하지 못한 일부 기업이 전체 한국기업의 가격을 낮추고 있는 현실을 설명한다. 오이겐 뢰플러 하나알리안츠투신운용 사장은 "한국의 주식시장이 저평가된 이유는 바로 불량품이 판치기 때문"이라며 "한국기업은 엄청난 위험을 안고 있지만 대차대조표에는 나타나지 않는다"고 말한다. 한국기업에 대한 외국인의 접근은 불신에서 시작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10월14일 크레디리요네증권의 개별기업에 대한 투명성 조사는 곧바로 투자의견으로 조정돼 14~15일 투명성이 낮다고 지목된 기업들에 대한 외국인의 일시적인 매도를 촉발하기도 했다. 투신ㆍ은행ㆍ보험 등에 간접투자하고 있는 기관투자가들도 2,000만명의 투자자들을 대표해 기업의 투명성을 체크한다. 조영제 한국투자신탁운용 사장은 "기업이 제값을 받기 위해서는 우선 회계기준이 이른 시일 내에 개선돼야 한다"며 "기관은 기업들이 제대로 경영을 하는지 지켜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불투명한 기업은 간접투자에서도 외면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97년부터 시작된 '소액주주운동' 역시 기업투명성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 투명성과 책임성이 기업지배구조 개혁에 핵심이라는 것을 일반투자자들에게도 인식시킨 것을 비롯해 집단투표제 등 굵직굵직한 제도와 법안을 이끌어냈다. 김상주 참여연대 경제정의센터 소장은 "기업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시민단체의 노력으로 시민들의 인식과 법ㆍ제도의 수준은 높아졌지만 아직 결과물은 미흡하다"며 "앞으로 경영에 대한 사전감시를 위한 독립사외이사제와 사후감시를 위한 집단투표제ㆍ집단소송제 등의 도입을 강력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나상민 경제정의실천연합 경제정의연구소 소장은 "기업투명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불투명한 기업에 경제적 타격이 가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앞으로 시민단체 감시활동의 강도가 훨씬 강해진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불투명한 기업이 설 땅은 점점 좁아지고 있다. 김현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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