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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은 여성 영화의 해가 될까. 연초부터 여성들의 사랑· 용기·소망을 담은 '여풍(女風)영화'가 쏟아지고 있다. 지난해 주로 남성들의 의리와 액션 관련 영화가 주종을 이뤘던 것과 분명한 차이를 보인다. 지나친 남성 편중에 대한 반작용과 함께 적극적인 여성을 바라는 관객들의 시선이 이런 현상을 만들어낸 것으로 보인다.
◇여성 영화, 연초 박스오피스 석권=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5일 현재 2월 박스오피스 1위부터 6위까지 영화 중에서 여성 얘기를 다룬 것이 4개나 됐다. 지난해말 개봉된 '변호인'을 빼면 5개중 1개('남자가 사랑할 때')를 뺀 80%가 여성을 주인공(애니메이션 캐릭터 포함)으로 내세운 것이다.
단연 선두는 개봉 14일만에 450만 관객을 돌파한 '수상한 그녀'다. 주제는 가족의 가치에 대한 재확인이지만 소재가 칠십 할머니의 몸이 스무 살 여인의 것으로 바뀌면서 겪는 좌충우돌 상황을 묘사한 데다가 사실상 주연을 맡은 심은경의 원맨쇼다. 노인이 젊은이로 돌아가고서 기껏 하는 것이 '로맨스'라는 점에서 다소 허망해 보이긴 하지만 보편적인 관심인 사랑에 배우의 열연이 겹쳐지며 '대박'을 치고 있다.
'피끓는 청춘'도 마찬가지다. 영화는 1982년 교복세대였던 시대 카사노바 같은 남학생을 중심으로 전개되지만 사건들의 열쇠를 쥐고 있는 것은 '일진' 여학생 박보영이다. 기존의 과거 회상 영화들이 대부분 남성중심적이고 여성은 단순한 로맨스의 대상이었던 점에서 '피끓는 청춘'은 전향적으로 그 시대를 살았던 40~50대 여성들의 폭발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이외에 '조선미녀삼총사'는 말 그대로 하지원·강예원·가인 등 세 미녀 여배우들의 코믹 액션시대극으로 당당히 박스오피스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디즈니의 '겨울왕국'도 백마 탄 왕자 없이 스스로의 의지로 역경을 헤쳐나가는 자매의 이야기를 다루면서 이미 애니메이션 역대 최대 기록인 650만 관객몰이 중이다.
◇한국 영화 다양성을 키운다= 올해 이 같은 여성 영화의 성장은 분명 예외적이다. 물론 여성 주연의 영화가 다수 개봉 대기한 상태에서 어느 정도의 '여풍'이 예상됐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다. 최근 한국 영화계의 주요 트렌드가 강한 남성이 대세였기 때문이다. 지난해만 해도 1,281만명을 모은 '7번방의 선물'은 아빠의 부성애를 담은 내용이었고 그외 '변호인' '설국열차' '관상' '아이언맨3' 등 거의 대부분이 남성의 의리와 액션이 주종을 이뤘다.
2010년대 이후로 여성을 내세운 영화로서 300만 관객을 넘은 영화는 단 2개에 불과하다. 2010년 '하모니'(301만명)와 2011년 '써니'(736만명) 뿐이다. 2012년, 2013년에는 이조차도 없었다.
업계에서는 중년 남성과 함께 여성들도 주요한 관객층을 이루면서 이들이 즐길 영화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지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로맨스의 대상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인 의지로 세상을 돌파하는 '알파걸'에 대한 욕구 때문이다. 특히 최근의 지나친 남성성 위주의 영화에 대한 반작용도 있다는 것이다. 한국영화가 다양성을 가지는 과도기라는 점에서다.
앞으로도 잇따라 여성영화가 예정돼 있다. 엄정화·문소리·조민수 주연의 '관능의 법칙'이 오는 13일 개봉을 앞두고 있고 김희애의 20년만에 스크린 복귀작인 '우아한 거짓말'이 3월에, 배두나 주연의 '도희야'는 5월에 각각 예정돼 있다.
영화업계 관계자는 "추세를 쫓는 영화계의 특성상 앞으로도 여성 영화가 많이 만들어질 것 같다"며 "넓은 스펙트럼을 갖는 것은 한국영화의 발전을 위해 좋은 현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