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형제애도 갈라놓은 SK공판


지난달 3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가 내린 1심 판결로 두 형제의 처지가 뒤바뀌었다.

주인공은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동생인 최재원 수석부회장이다.


법원은 이날 계열사 자금 수백억원을 빼돌린 혐의로 최 회장에게 징역 4년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한 반면 최 부회장은 무죄를 선고했다. 이는 법원이 검찰의 기소 내용을 사실상 뒤집은 것이다. 당초 검찰은 최 부회장을 '주범'으로 보고 구속 기소한 반면 최 회장은 불구속 기소했다.

재판부는 특히 판결문에서 이들 형제 간 책임 떠넘기기를 이례적으로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재판부는 "최 회장이 공범으로 기소된 공동 피고인에게 대부분의 책임을 전가하는 변명으로 일관했다는 점은 불리한 양형 사유로 참작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들 형제의 돈독한 우애를 잘 아는 재계 관계자들은 재판부의 이 같은 판단에 의문을 표하고 있다. 상식적으로 봤을 때 어느 동생이 형의 잘못을 뒤집어쓰고 감옥에 가겠으며 반대로 어떤 형이 동생에게 그 같을 일을 강요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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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최 회장은 공판 과정에서 동생에 대해 진한 애정을 자주 내비쳤다. 최 회장은 "내가 아는 한 동생은 범죄라는 사실을 알았으면 그 같은 일을 하지도 않았을 것"이라며 재판부에 선처를 간곡히 부탁했다. 또한 "(선대 회장의 지분을 대부분 내가 물려받아) 동생에게 마음의 빚이 있다"고 안타까워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재판부는 이런 최 회장의 진술을 일체 무시하고 되레 책임 떠넘기기로 판단해 석연치 않은 뒷맛을 남겼다. 따라서 앞으로 진행될 항소심에서 이를 둘러싼 법정 공방은 불가피해졌다.

더욱이 검찰과 법원의 판단이 극명하게 엇갈려 나온 점은 그동안 발생한 정치적 기류가 일정한 영향을 미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게 한다. 새 정부가 경제민주화 논리를 앞세워 기업인에 대해 가혹한 처벌을 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어떤 국민도 대기업 총수라고 죄를 면해줘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다. 같은 이유로 대기업 총수라고 억울하게 죄를 뒤집어써서는 곤란하다. 국가 경제에 미칠 영향을 감안해야 할 기업인에 대한 판결이 형제 간 반목을 조장하는 여론몰이식 공방으로 흐르지 말아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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