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리뷰] 연극 '맨프럼어스'


일회적이고 한시적인 삶만이 허락된 우리에게 무한에 가까운 시간인 1만 4000년 전 태어나 구석기 시대부터 지금까지 살아왔다고 고백하는 이가 나타나면 어떨까. 평범한 사람이라면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코웃음을 칠 것이다. 반면 자신의 삶에 대한 아쉬움이 있는 사람이라면 유한한 삶을 동경하며 다소 믿기지 않지만 믿고 싶은 매혹적인 일이 될 것이다.


지난달 7일 개막한 연극 <맨프럼어스>는 2007년 개봉한 동명의 영화 ‘맨 프럼 어스’를 원작으로 배우 이종원이 제작한 작품으로, 불멸의 삶을 산다는 한 동료 교수의 깜짝 고백에 동료들의 지적인 토론과 감정적 공방이 펼쳐지며 이야기가 전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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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인 역사학교수 존 올드맨은 10년간 일해오던 종신 교수직을 거절한 채 갑자기 어디론가 떠나려 한다. 그런 존을 위해 동료 교수들이 송별연 자리를 마련하는데 그곳에서 존은 자신이 1만 4000년을 살아온 사람이라고 고백한다. 지금까지 현재의 모습 그대로 죽지도 않고 늙지도 않은 채 살아왔다는 것이다. 불멸에 관한 믿을 수 없는 이야기를 들은 동료들은 나름대로 자신의 전공분야에 바탕을 둔 지식으로, 존의 이야기를 검증하려 한다.

그러나 존의 이야기는 완전히 사실로 검증하기에는 증거가 부족하고, 꾸며낸 이야기나 미치광이의 헛소리라고 단정해버리기에는 지나치게 논리 정연하다. 빈센트 반 고흐가 선물했다는 그림이 그의 짐에서 발견되기도 하고 자신이 붓다의 가르침을 배워 그 가르침을 서방세계에 전한 예수 이야기를 생생히 전하며 사실상 오늘날 기독교의 실체는 자신이 가르친 것과는 다르다고 말하기도 한다. 이런 이야기를 나눌수록 동료들은 혼란과 감정적 동요는 극에 달하게 되고 연극을 관람하고 있는 관객조차도 혼돈의 소용돌이에 휘말리며 무엇이 진실인고 거짓인지 고민하게 된다.

이처럼 <맨프럼어스>는 눈앞에 펼쳐진 광경조차 믿지 않는 불신의 시대에 사는 우리에게 무한의 시간과 유한의 시간에 대한 질문을 제기하며 당연하다고 믿어왔던 상식과 이론도 얼마나 허무하게 무너질 수 있는가를 여실히 그리고 흥미롭게 보여주며 우리의 삶이 주는 가치를 생각해 볼 수 있는 연극이다. 내년 2월 22일까지 대학로 유니플렉스 2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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