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지급준비율 인화와 증시과열 대책, 그리스 디폴트 우려 등 굵직한 대외 이벤트에도 불구하고 외국인들의 '바이 코리아'가 계속되고 있다. 지난주 말 미국과 유럽 증시가 급락한 데 이어 20일에도 중국 상하이증시가 1.6% 하락했지만 코스피지수는 외국인과 개인의 매수세에 힘입어 상승 마감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대외 이벤트가 한국 증시의 상승세를 이끌어온 외국인투자가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전체 시장보다 업종별·종목별로 달리 나타날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3.21포인트(0.15%) 오른 2,146.71을 기록했다. 이날 코스피는 하락 출발한 후 혼조세를 보였으나 오후 들어 외국인의 매수세가 이어지면서 상승 마감했다. 외국인과 개인은 2,852억원, 291억원어치를 순매수했으며 기관은 3,119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특히 외국인은 이달 들어 2조4,669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코스닥도 전 거래일 대비 0.06포인트(0.01%) 상승한 706.96을 기록하며 700선을 지켜냈다.
이는 지난주 말 이후의 글로벌 증시 흐름과는 다른 것이다. 그리스 리스크와 중국 증시 규제 발표는 미국·유럽 등 글로벌 증시에는 직격탄이 됐다. 지난 17일(현지시간) 미국의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1.55% 하락한 1만7,824.47에 마감했다. 대형주 중심의 S&P500은 1.14% 내린 2081.08에 거래를 마쳤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은 1.52% 떨어진 4931.81에 거래됐다. 20일 상하이증시도 중국정부의 신용거래 제한 등에 따라 1.61% 하락한 채 마감했다.
시장에서는 한국 증시가 여전히 저평가 상태이기 때문에 대형 악재만 없다면 글로벌 유동성 유입이 지속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중국 정부의 부양, 불안한 유럽경기 등에 연동돼 외국인들의 매수세도 차별적으로 진행되고 이에 따른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날 조선주들의 약세가 대표적인 예다. 조선업종은 유럽 수출 비중이 80%에 달한다. 현대중공업 (-0.35%), 삼성중공업(-0.77%), 현대미포조선(-2.21%) 등은 하락했으며 대우조선해양은 0.25% 상승했다. 서동필 IBK투자증권 투자전략 팀장은 "그리스의 디폴트 위기,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이탈) 가능성에 따라 유로존 경기는 불안할 수밖에 없다"며 "이에 따라 유럽 수출 비중이 압도적인 조선주는 조정을 받을 수 있다"고 전했다.
반면 중국 인민은행의 지급준비율 인하와 관련해 중국 정부의 내수부양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기대에 화장품주 등은 급등했다. LG생활건강(051900)(1.59%), 에이블씨엔씨(0.31%), 코스맥스(2.01%), 한국화장품(123690)(2.02%) 등 화장품주가 일제히 상승했으며 아모레퍼시픽(090430)은 장중 한때 400만원을 기록하기도 했으나 전날 대비 0.13% 하락한 390만5,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오리온(001800)(0.61%), 롯데쇼핑(023530)(1.31%). 베이직하우스(4.58%), 쿠쿠전자(192400)(1.59%) 등도 일제히 오름세를 보였다. 함승희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아모레퍼시픽은 중국 소비자 흡수에 가장 적합한 기업"이라며 "아시아 시장 내 지배력 강화의 속도와 강도가 기존 시장 기대치를 크게 상회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함 연구원은 이날 아모레퍼시픽의 목표 주가를 최고액인 540만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전문가들은 외국인이 선호하는 대형주와 주도주 중심으로 관심을 높일 것을 주문했다. 정동휴 신영증권 연구원은 "환차익 및 밸류에이션 매력이 있는 한국 증시에 대한 외국인 선호는 지속될 것"이라며 "대형주 가운데 올해 이익이 전년 대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최근 외국인 순매수가 이어지고 있는 종목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 연구원은 올해 외국인이 순매수를 지속할 것으로 전망되는 종목 중 밸류에이션 매력이 뛰어난 LG이노텍·현대글로비스·엔씨소프트·현대모비스·현대제철 등을 추천했다.
배성진 현대증권 연구원 역시 중장기적 원화강세 기조 전망 속에 2,100선 이상에서 외국인 매수가 유입된 종목인 한국전력·호텔신라(008770)·네이버·SK하이닉스(000660)·현대모비스·삼성물산·KB금융 등에 관심을 유지하는 전략이 바람직하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