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IG-현대 금융3社 매각협상 타결"대형증권사 탄생 기폭제" 기대.긴장 교차
이근영 금융감독위원장은 현대 금융3사 매각 발표에 앞서 기자와 만나 "AIG 진출을 계기로 국내 증권ㆍ자본시장에 엄청난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금융시장 불확실성 농도 희석→자금시장 선순환 유인→경제 주체 투자의욕 고취'라는 거시적 선순환 구도 이상의 가치를 지닌 것이라고 이 위원장은 덧붙였다.
정부가 기존 증권사를 대형투자은행으로 전환시키겠다는 전략을 추진중인 상황에서 AIG 진출은 증권사간 짝짓기를 가속화할 것임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정부는 그러나 '미래'를 위해 불리한 협상은 감수했다. 협상 타결 내용 곳곳에 AIG에 지나치게 특혜를 준 흔적이 엿보인다.
◆ AIG, 챙길 것은 다 챙겼다
AIG는 ▲ 투신 6,000억원 ▲ 증권 4,000억원 ▲ 투신운용 1,000억원 등 총 1조1,000억원을, 정부측은 9,000억원의 공적자금을 넣는다. 정부는 하이닉스반도체 등이 담보로 내놓은 3개사(현대오토넷ㆍ택배ㆍ정보기술)의 주식( 2,300억원 규모)을 추후 일정 시점에 매각해 공적자금을 회수한다.
AIG가 증권과 투신운용에 넣는 5,000억원은 전액 투신증권으로 재출자 된다. 현투 지분은 AIG가 55%, 정부가 45%를 갖게 된다. 이에 따라 AIG는 현대 금융 3개사의 경영권을 모두 차지하게 됐다.
AIG는 얻을 수 있는 것은 다 얻었다. 현대증권 유상증자에 의결권 있는 우선주를 주기로 한 게 대표적이다. 정부 관계자는 "AIG가 컨소시엄이기 때문에 보통주보다 배당을 우선 받을 수 있는 우선주를 주고 경영권도 동시에 주기 위해 어쩔 수 없었다"고 말했다.
예상을 뒤엎고 현대증권의 유상증자에 10% 할인된 가격에 들어간 것도 헐값 시비를 부르고 있다. 시장에서는 지금까지 10% 정도 할증된 주당 1만 3,000원 정도에 팔릴 것으로 예상했다.
참여연대에서 "우량기업인 현대증권은 굴욕적인 가격에 끼워넣기식으로 팔았다"고 표현한 것도 이 같은 배경에서다. 이 위원장은 "현대증권 주식은 AIG 참여설이 나오기 전엔 주당 7,000원선이었다"며 헐값 시비를 차단했다.
AIG를 이처럼 우대한 반면 현대측은 철저하게 봉쇄 당했다. 현대증권 대주주인 상선 등은 자신들의 지분(20% 안팎)에 대한 의결권을 포기한채 주식을 '에스크로 어카운트'(별도 계좌)에 넣고 내년말을 시한으로 가격이 오를 때 팔아야 한다.
◆ 불가피한 판도변화
증권ㆍ투신업계는 긴장과 환영이 교차하고 있다. 투신의 긴장감은 AIG가 갖고 있는 위상과 현대투신이 결합한 후 시중 자금을 빨아갈 잠재력에 바탕한다.
저금리에 힘입어 투신 수탁고는 7월 1일부터 지난 18까지 18조7,112억원의 시중자금을 빨아들여 161조310억원으로 늘어났다.
올 수탁고 순증규모(27조7,393억원) 의 절반이상이 저금리기조속에 단 50여일만에 불어났다. AIG+현대투신은 이 같은 흐름을 가속화할 힘을 갖고 있다. 이근영 위원장도 "증권ㆍ자본시장 변화의 기폭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각이 엇갈리기는 증권업계도 마찬가지. 국내 최대증권사인 삼성증권 지점수가 112개에 불과한데 현대투신증과 현대증권 지점수는 240여개에 달해 숫자로만 보면 국내 최대규모의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판도를 흔들수 있는 규모지만 그간 정부가 추진해온 대형선도증권사 탄생의 기폭제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감도 갖게하고 있다.
◆ 남은 문제와 쟁점
양측은 10월말까지 본계약을 체결한후 11월말까지 출자대금을 납입할 계획. 그러나 이번에 체결한 MOU가 얼마나 구속력을 갖고 있는지는 의구심을 남기고 있다.
MOU가 깨져도 위약금 부과는 없다. 미국 포드자동차는 지난해 정부와 MOU를 맺고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으나 지난해 9월 막판에 포기한 전례가 있다.
특히 AIG는 과거 한솔M닷컴에 투자한 뒤 한솔M닷컴이 한국통신프리텔과 합병을 추진하자 막대한 자본차익만 남기고 빠져나갔던 전력을 갖고 있던 회사.
AIG의 이번 현대금융 3사에 대한 투자결정에 대해서도 장기투자가 아닌 단순히 자본차익(캐피탈게인)을 노린 계산일 수 있다는데 시장관계자들은 경계감을 표시하고 있다.
이근영위원장은 "본계약이 체결될 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지만 세계적 투자회사인 AIG가 국제적인 협상을 쉽게 깨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승량기자
김영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