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자 기록만으로는 한 시대의 역사를 온전히 이해하기가 쉽지 않아요. 많은 부분이 승자들에 의한 기록이니까요. 문자로 기록된 사료에 미술작품을 포개보면 새로운 시각으로 역사를 볼 수 있습니다.”
오는 12일부터 서울시교육청 남산도서관에서 ‘미술로 각인된 세계사의 사건들’을 주제로 5주간 ‘고인돌(고전 인문학이 돌아오다)’ 강의를 맡은 조은정 박사(사진, 미술평론가 겸 한남대 대학원 겸임교수)는 수강생들과 함께 미술작품에서 역사적 맥락을 해석하고 그 속에서 인간의 삶을 찾아가는 여정에 나선다.
서울시교육청과 본지 부설 백상경제연구원이 공동으로 기획하고 롯데그룹이 후원하는 고전인문학 아카데미 ‘고인돌’ 2기는 18개 강좌가 21개 서울시교육청 도서관 곳곳에서 12월까지 잇따라 열리고 있다.
조 박사는 조선말기의 암울했던 시대를 예로 들어 설명을 이어나갔다.
“조선말기의 사료만 보면 열강의 침탈로 민중의 삶은 피폐하고 희망은 찾아보기 어려운 암흑의 시대이지만, 미술사적인 차원에서 보면 화려한 민화가 가장 꽃을 피웠던 시기이며, 호접도, 매화도 등 화려한 도상을 한 새로운 회화가 등장한 때이기도 합니다. ‘암울한 시기의 작품들이 왜 이렇게도 화려할까?’라는 질문에 ‘현실을 잊고 싶은 민중의 정서’라는 한가지 답으로는 부족하죠. ‘미래를 기다리는 새로운 희망의 씨앗’이라는 상반된 추측도 가능해지겠죠.”
미술작품을 통한 인문학적인 사고의 가능성에 대해 조 박사는 “미술은 인간의 삶 자체를 반영하면서도 감정과 사고의 체계까지 담고 있기에 문자의 한계를 보완하는 기능이 있다”며 “동서양을 넘어 많은 사람들이 모나리자의 미소를 보면서 묘하게 끌린다는 것은 시대를 넘어선 인간의 보편성을 발견하기 때문이다. 한 번도 본 적없는 과거의 서양 사람이 던지는 물음에 수백년전 인간의 존재에 대한 물음, 삶의 목표와 추구방향 등을 되돌아보면서 자신의 삶을 성찰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고 말했다. 강의는 고대를 시작으로 산업혁명에 이르기까지 역사적 연대기를 훑어가면서 주요 작품들과 역사적인 맥락을 이해할 수 있도록 진행할 예정이다.
고인돌2기는 철학, 경제사, 한국미술, 북유럽 문학과 신화, 애니메이션 등 풍성한 강좌를 마련해 시민들과 청소년들을 찾아간다. 세부 프로그램은 서울시교육청 평생교육포털 에버러닝(everlearning.sen.go.kr)을 참고하면 된다.
한편 전시기획자로 활동하는 조 박사는 3년여에 걸쳐 준비한 전시 ‘기억을 넘어서’를 전북도립미술관에서 시작했다. 오는 9월14일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에는 조선시대 양반들의 초상화는 물론 이 시대의 젊은 미술작가들이 독립운동가들의 모습을 되살려낸 작품도 함께 볼 수 있다. /장선화 백상경제연구원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