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성재갑 LG화학부회장(결단의 순간)

◎“유화 공급과잉 출혈경쟁 불가피”/「중시장 제2내수화」로 돌파/중정부 규제·선진기업 선점 등 복병 곳곳/“거대시장 포기 못한다” 국내첫 PVC합작/ABS·염료 등 잇단 진출… 2000년까지 5억불 투자계획지난 94년초 LG화학은 중대한 기로를 맞았다. 90년초 석유화학사업에 참여한 대형 경쟁기업들의 공장이 일제히 가동에 들어가면서 공급과잉이 시작됐고, 선두를 달려온 LG화학은 그만큼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갓 부임한 성재갑 LG화학부회장은 돌파구를 찾기위해 고심해야만 했다. 한정된 시장에서 불가피한 출혈경쟁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은 무엇일까. 성부회장은 결단을 내려야만 했다. 당시 광대한 시장을 가진 중국은 그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이런 생각을 쉽사리 나타낼 수는 없었다. 당시까지만 해도 갓 수교한 중국진출은 여전이 문제점이 많았고, 대규모 플랜트를 수반하는 석유화학산업의 특성상 해외투자는 결코 간단한 문제가 아니었던 것. 고심 끝에 성부회장은 별도의 팀을 구성하고 중국지역 진출을 위한 타당성 검토지시를 내렸다. 중국팀의 업무는 매우 빠르게 진행됐다. 경쟁력있는 제품, 진출지역 등은 쉽게 결정했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문제가 가로막고 있었다. 중국은 이미 외국 선진기업들이 선점하고 있었고 단순히 국내 잉여물량을 소화하고 수확만을 기대할 수 있는 시장이 아니었다. 또한 중국내 자치성과 합작파트너사와의 협상을 진행하는 동안 중국사회를 지탱하는 관시(관계)풍습과 중국인들 조차도 잘 알지 못한다는 중국을 구체적으로 이해하는 것도 쉬운 문제는 아니었다. 특히 중국은 석유화학산업, 특히 업스트림의 투자는 국가기간산업으로 엄격히 통제해 외국회사에는 선별적 허가를 내주고 있어 우리가 뜻한 바 대로 원하는 투자를 집행할 수 없었다. 그러나 성부회장은 지리적으로 가깝고 문화적 유사성을 갖고 있으며 무엇 보다도 인구와 경제적 규모면에서 무한한 잠재력과 성장성을 갖고 있는 중국을 결코 포기하거나 경쟁기업에 고스란이 방대한 시장을 내주기는 더욱 싫었다. 성부회장은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제품의 세계경쟁력과 해외사업 경험이 있고 시장상황에서 앞으로 업스트림과 다운스트림의 양방향 사업전개가 용이한 합성수지(PVC)사업을 선정했다. 또 설비집중을 통한 위험부담을 줄이기 위해 시장특성을 고려한 설비분산 정책을 추진하고 생산규모는 마케팅이 가능한 범위내에서 안정적인 규모로 정했다. 수 개월에 걸친 검토를 거쳐 LG화학은 국내 유화업체로는 처음으로 94년 10월 중국 천진에 연산 10만톤 규모의 PVC생산 공장 건설을 위한 합작의향서를 천진다구화공창과 체결했다. 진출과정이 어려워서 였을까. 결과는 매우 좋게 나타났다. 지난 95년들어 국내시장은 심한 공급과잉 현상을 보였지만 개방과 경제개발이 본격화된 중국은 LG화학의 합성수지 제품을 수입해 주었다. 그동안 철저한 중국연구와 합작파트너와의 돈독한 관계를 맺어놓은 덕분임은 설명할 필요가 없다. 더구나 95년에는 LG그룹이 중국을 「제2 내수시장화」한다는 전략아래 2005년까지 1백억달러를 투자한다는 계획이 발표돼 LG화학의 중국시장 진출은 날개를 달았다. 성부회장은 이를 계기로 지난해초에는 강소성에 염료 및 중간재를, 올해초에는 ABS와 염료, 솔비톨부문의 진출을 결정했으며 오는 2000년까지 5억달러를 투자한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민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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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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