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세계통상 중심지를 가다] 4. 늦잠자면 '통상미아'

지역블록 확산 적극 대응해야 산다세계 통상질서가 급변하고 있다. 석달후 뉴라운드가 출범할 경우 전세계의 개방속도는 더욱 빨라질 전망이다. 또 내년 1월1일부터는 유럽연합(EU)이 단일통화를 전면 도입하는 등 지역블록도 급속히 확산될 조짐이다. 결국 뉴라운드 출범과 지역블록화는 국내 시장에 대한 개방압력과 함께 더 높은 경쟁력을 요구하는 '충격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러한 흐름에 신속하게 대응하지 못할 경우 국제적인 통상미아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세계 각국은 증폭되는 통상전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지역블록을 형성하거나 양자ㆍ다자간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에 적극 나서고 있다. 세계무역기구(WTO)는 '2005년 FTA가 220개까지 체결될 것'으로 내다보는 등 지역블록 열풍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지역블록은 역내국끼리의 무역증가를 유발해 역외국에게는 일종의 무역장벽으로 보호주의 색채가 짙지만 역내시장 확보라는 측면에서 세계무역질서의 한축으로 자리잡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중국, 일본 등과 함께 지역협정을 단 한건도 체결하지 못하고 있고, 결과적으로 기존 지역블록 진출에도 상당한 애로를 겪고 있다. 특히 '별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예상됐던 한ㆍ칠레 FTA 체결 협상까지 난항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한덕수 주OECD 한국대표부 대사는 "한ㆍ칠레 FTA를 시급히 체결하고 일본, 헝가리 등과도 FTA를 맺어야 한다"며 "FTA는 지역블럭 진출을 위한 거점확보 차원에서 우리가 선택해야 할 유일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밖에도 뉴라운드 출범으로 국내 농업분야의 추가개방이 포함될 경우 논란이 일 조짐이다. 따라서 지금부터라도 단계적인 농업 개혁 프로그램을 추진, 농업개방에 대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통상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농민들의 반발을 최소화하는 농업정책을 추진, 정부가 통상정책을 추진함에 있어 농업이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그래야 세계적인 통상개방 흐름에 뒤처지지 않고 이를 적극적으로 수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부처간 이견조율이 늦어지면서 국익에 영향을 미치는 통상문제에 대해 정부의 신속한 대응을 가로막은 점도 급변하는 통상환경을 따라 잡기 위해 개선해야 할 부분이다. 98년 출범한 통상교섭본부는 아직까지 '부처간 이견조율'이라는 숙제를 속시원히 풀지 못하고 있다. 특히 한ㆍ중 마늘파동 등에서 부처갈등은 두드러지게 나타나기도 했다. 외교통상부 고위 당국자도 "부처간 이견조율이 가장 힘들다"며 "해결해야 할 숙제"라고 토로할 정도다. 결국 정부는 고육지책으로 부처간 이견조율과 신속한 통상문제 대응을 위해 '대외경제장관회의'(가칭)을 빠르면 이달말 신설키로 했다. 하지만 각 부처가 통상현안에 대해 변화하고 있는 대외환경과 국익을 고려, 지혜롭게 접근하지 않는 한 신설조직이 부처갈등을 풀어줄 지는 여전히 의문으로 남는다. 김홍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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