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중국산은 못 믿겠다니까.."
중국산 다이어트 식품을 복용한 일본인 243명이 건강을 해치고 4명이 사망했다는 소식은 '메이드 인 차이나'제품 전반에 대한 세계 소비자들의 불신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값은 싸지만 왠지 못 미덥다는 의혹이 이번 사건을 통해 생명에 대한 실제 위협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메이드 인 재팬'은 믿을 수 있을까. 이번 다이어트 식품 파동이 벌어진 일본에서는 시판 음식물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신이 심각한 수준이다.
2년 전 불량 우유를 유통시켜 집단식중독을 일으킨 유키지루시(雪印) 식품은 지난해 일본열도를 떠들썩하게 한 광우병 파동 당시 수입 쇠고기를 국산 쇠고기로 둔갑시킨 것이 또다시 적발돼 소비자들을 아연실색하게 했다.
그 후로 수입품을 국산으로, 저급품을 고급품으로 속여 파는 제2ㆍ제3의 유키지루시가 속속 등장, 일본 소비자들은 '식품안전'에 극도로 예민해진 실정이다. 하루하루 먹고 사는 음식도 못 믿는 세상, 다른 것은 말할 것도 없다.
불과 몇년 전 미국에서 가장 잘 나가는 경영자로 꼽히던 월드컴의 전(前) 최고경영자(CEO) 버나드 에버스는 사사로이 투자자들의 돈을 빌려쓰고 회사 장부를 조작해 천하의 '거짓말쟁이'였음이 만천하에 드러났다. 월드컴뿐만이 아니다. 무수한 기업들이 회계부정 의혹에 연루돼 있는 탓에 이제는 '투명경영'이란 말 자체가 낯설다.
세계 지도자들에 대한 신뢰도 무너지고 있다. '세계 대통령 '이라는 미국의 리더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과거 기업 경영진으로 재임할 당시 월드컴과 유사한 경영 스캔들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고이즈미 정권의 개혁 의지는 자민당 내 반대세력과의 타협과정에서 이빨이 거의 다 빠져버렸다고 해외 언론들은 비난을 퍼붓고 있다.
나쁜 일은 한꺼번에 오는 것인가. '여기만은 확실하다'던 미국경제에 대한 신뢰조차 뉴욕 증권거래소의 빨갛게 물든 전광판과 함께 무너져 내리고 있다.
외신 지면을 가득 메우는 '불신'분위기를 잊기 위해 음악이나 들어볼까. 하지만 안전지대는 없다. 아시아 2위 음반 시장인 한국 연예계의 금품비리가 엊그제 미 타임지의 표지를 장식했다는 걸 깜박 잊고 있었다.
신경립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