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서울시와 각 자치구에 따르면 중구는 내년 제설비용을 올해보다 대폭 줄였다. 당초 필요금액은 156억원이었지만 실제 반영액은 이보다 60% 깎인 61억원에 불과했다. 경기침체로 세수는 늘지 않는데 복지예산을 맞추려고 아쉬운 대로 일반예산에서 끌어다 쓰다 보니 이 같은 일이 벌어진 것이다. 가로등 유지보수 예산도 내년에 9억원만 반영됐다. 필요액은 11억원이었지만 2억원을 줄였다. 기반시설 유지 필수 예산인 폐기물처리 용역 예산 2억원과 하수관거 신설ㆍ개량 예산 5억5,000만원은 전액 삭감됐다. 중구청 관계자는 "내년 복지예산은 올해보다 11.5% 늘었지만 복지를 제외한 일반예산은 오히려 1.4%로 감소했다"며 "제설대책 운영비나 도로ㆍ가로등 유지보수 예산 등은 대부분 필요액보다 삭감했다"고 설명했다. 국공립 어린이집 개보수 예산도 13억원이 깎여 3억원만 반영됐다. 중구청 관계자는 "어린이집 개보수 예산 3억원은 물이 새거나 긴급히 보수해야 할 곳만 겨우 고칠 수 있을 정도의 수준"이라고 말했다.
재정이 상대적으로 넉넉하다는 중구마저 필수 기반시설 예산을 깎을 정도이다 보니 다른 자치구들의 사정은 더 열악하다. 복지예산이 전체 예산의 50% 이상을 잡아먹고 있는 구로구는 도로개설이나 인도확장 등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구로구청 관계자는 "비복지 예산 축소로 주요 도시기반시설 사업 예산이 대부분 반영되지 않았다"며 "관내 공원조성 사업은 물론 도로개설, 인도확장 사업 등의 차질이 예상된다"고 전했다.
복지사업이기는 하나 시급하지 않은 장애인종합복지관 건립 같은 사업이 줄줄이 지연되는 자치구도 있다. 도봉구는 구비 20억원을 마련하지 못해 내년 장애인종합복지관 건립계획을 연기했다. 특별교부금 등 외부 지원 없이는 추진이 사실상 불가능한 셈이다. 전국시도지사협의회 관계자는 "정부의 복지정책 확대로 자치구들의 사회기반시설 투자금액은 매년 줄어들고 있다"며 "기반시설 투자가 줄면 자치구들의 생활환경이 나빠져 도시 슬럼화가 진행되고 이 때문에 해외 관광객들이 발걸음을 돌리는 악순환이 우려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