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한 집에 두 명도 안 사는 도쿄

독거노인·싱글족 늘면서 가구당 인구 1·99명 그쳐<br>독신 겨냥 상품·서비스 봇물


일본 도쿄의 가구당 인구 수가 사상 처음으로 2명을 밑돈 것으로 나타났다.

한 집에 4인 가족이 모여 살던 시대는 이미 끝난 지 오래고 배우자를 잃은 독거노인과 젊은 싱글족 등 나홀로 살아가는 독신가구가 도쿄 거주자 가운데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게 됐다는 얘기다. 지속되는 고령화로 '독신사회' 진입이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일본 정부와 기업들도 새로운 제도와 서비스를 속속 선보이고 있다.


도쿄도는 지난 1월1일 현재 가구당 인구 수가 1.99명에 그쳐 1957년 조사를 시작한 이래 처음으로 2명을 밑돌았다고 15일 발표했다. 도쿄도가 조사를 시작한 1957년 당시 가구당 인구는 4.09명. 4인 가족이 모여 살던 전형적인 도쿄 가정은 50여년 만에 사실상 해체됐다고 할 수 있다.

일본 전국적으로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지난해 3월31일 현재를 기준으로 총무성이 조사한 일본의 가구당 인구 수는 평균 2.36명으로 1968년 조사 개시 이래 꾸준히 감소해왔다.

젊은 세대의 결혼이 늦어지는 점도 큰 영향을 미쳤지만 무엇보다 고령 독신자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 주요인으로 작용했다. 이번 조사에서 65세 이상 고령자 비중은 도쿄 인구의 20.76%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도쿄도의 고령자 인구는 오는 2020년 321만명으로 증가하고 그 가운데 독신자가 84만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일본 사회가 독신가구 중심으로 재편되기 시작하자 기업들은 시장 창출을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대형 유통업체 다이에는 이달 들어 고령 소비층을 타깃으로 상품택배 서비스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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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쇼핑에 익숙하지 않은 노인들이 생필품 목록이 담긴 카탈로그를 보고 전화로 주문하면 배달하는 서비스다. '고독사'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주 1회씩 전화를 걸어 연락이 안 될 경우 가족이나 친지들에게 이를 알려주는 '안부확인' 서비스 도입도 검토하고 있다.

가전업체인 NEC와 경보업체인 ALSOK 등도 독거노인의 안부를 살필 수 있는 서비스를 속속 내놓았다. NEC는 TV나 냉장고 등 가전제품 사용빈도를 센서를 통해 데이터센터로 전송해 이상징후가 나타나면 친지에게 메일로 통보하는 서비스를 지방자치단체 등을 대상으로 개시한다. ALSOK의 경우 식수 배달업체와 제휴, 물 마시는 양으로 노인의 안부를 살피고 이상이 있을 경우 가족들에게 연락해준다.

이 같은 노인 안부확인 서비스 시장은 2020년에 현재의 1.5배에 달하는 132억엔(1,780억원 상당)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보험업계에서는 임대주택에 사는 독거노인이 고독사할 경우 집주인이 부담해야 할 청소 및 유품정리 비용 등을 보장하는 상품이 출시되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독거노인의 사후 유품정리를 맡아 해주는 유품정리 대행 프렌차이즈 업체까지 등장했다.

주택시장에서는 젊은 싱글족을 겨냥한 '셰어하우스'가 고객층을 넓혀가고 있다. 방은 따로, 거실과 화장실은 함께 쓰는 셰어하우스는 임대료 절약은 물론 사생활을 지키면서 공동생활을 하는 새로운 주거형태로 인기를 누리고 있다. 현재 일본에 1,000개의 셰어하우스가 설립돼 1만4,000명이 거주하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신경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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