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빨리빨리와 인터넷

지난 연말 우리의 인터넷 인구가 1,086만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모든 면에서 일본의 뒤를 따라온 우리지만 인구비율 대비 인터넷 사용자 수에서는 우리가 앞섰다는 것이다.확실히 하나의 사건이다. 이는 산업화는 늦었지만 정보화는 앞서자는 국민적 여망과 우리의 빨리빨리 정신이 결합돼 나온 결과라고 여겨진다. 지난해 타이를 여행할 때 현지 전통식당에 가본 적이 있다. 우리 일행의 주문을 받은 타이 종업원이 「빨리빨리」라고 주방에다 소리쳐 알리는 것을 보고 어떻게 빨리빨리라는 한국말을 타이 종업원이 아느냐고 안내에게 물어보았다. 타이에서는 한국사람의 별칭이 빨리빨리라는 것이다. 빨리빨리들이 왔으니 알아서 서두르라는 뜻이다. 이러한 우리의 서두름증은 그동안 대형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비판의 대상이 되곤 했다. 그러나 나는 대형사고의 원인이 우리의 빨리빨리 서두름증 때문이 아니라 건설과 관련된 우리 사회 시스템의 문제라고 생각해왔다. 나는 한때 7년간 해외에서 13개 건설공사 현장을 경험했다. 그런데 해외에서는 우리나라 건설업체가 부실공사를 만드는 것을 보지 못했다. 그 나라에서는 아예 부실공사를 할 수 없게끔 시스템을 만들어놓았다. 중동 산유국의 전체적인 민도는 우리보다 낮을지 몰라도 대부분의 국민이 영어를 사용할 줄 알고 사회 시스템 또한 우리보다 못하지 않았다. 하지만 우리의 빨리빨리 문화는 디지털시대를 맞아 돋보이기 시작했다. 인터넷과 빨리빨리 문화는 어쩌면 찰떡궁합인지도 모르겠다. 인터넷시대만큼 선점의 이득(FAST MOVERS'S ADVANTAGE)이 큰 적도 없다. 남보다 먼저 시작해 브랜드를 구축해버리면 그것으로 게임은 끝난 것이다. 따라서 다른 사람보다 한발 앞서 인터넷 비즈니스를 한다는 것은 대단히 중요하다. 인터넷시대를 맞아 한민족의 빨리빨리 근성의 핏줄을 이은 손정의가 빌 게이츠를 앞지르고 있는 것만 보더라도 인터넷시대는 우리의 빨리빨리 문화와 접목만 잘 시키면 선진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가능성이 큰 기회의 시대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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