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정치권이 최근 잇달아 `경제살리기`를 강조하고 있지만 실천의지를 찾아 볼 수 없어 말 뿐인 경제살리기가 아니냐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노무현 대통령은 8ㆍ15 경축사에서 “경제의 성공없이 다른 성공도 어렵다”고 강조했다. 최병렬 한나라당 대표도 17일 기자회견에서 “경제살리기를 위한 국가전략산업 특별위원회를 구성하자”고 제안했다.
대통령과 다수당 대표가 입을 모아 `경제 살리기`를 외치는 것은 그만큼 우리 경제가 어렵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 실제로 현 상황은 `총체적 난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어렵다. 노동계는 춘투(春鬪), 하투(夏鬪)에 추투(秋鬪)까지 이어가며 투쟁으로 날을 지새고 있고, 집단이기주의로 인한 각종 분규도 끊이질 않아 사회적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기업들은 반 기업정서에다 노사분규와 규제에 발목이 묶여 힘을 못쓰고 있다.
이런 마당에 정부와 정치권이 모처럼 한 목소리로 `경제살리기`를 강조하니 일견 다행이긴 하지만 그 속내를 보면 시쳇말로 `혹시나`가 `역시나`로 끝나지 않을까 걱정이다.
노 대통령은 8ㆍ15 경축사에서 경제살리기의 당위성만 역설했을 뿐 확실한 실천의지를 보여주지 못했고 당장의 경제난 보다는 10년 후의 자주국방에 더 큰 비중을 두었다는 느낌이다. 더욱이 지난 주말 단행한 청와대 비서진 인사 결과는 정치를 경제보다 우선으로 생각하고 있지 않느냐는 의구심을 갖게 한다.
원내 다수당인 한나라당도 정책을 주도하기 보단 정부ㆍ여당의 발목잡기에 더 급급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현 정권을 좌파로 몰아부치고, 한총련 사태를 이유로 행정자치부 장관 해임을 추진하는 것은 보ㆍ혁 대결을 부추기고, 국론 통일을 저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지나친 대응으로 비쳐진다. 집권 민주당은 집권이후 줄곧 신당싸움에 골몰해 여당이기를 포기한 지 오래다.
최근의 경제위기는 경제 자체의 문제보다는 정치ㆍ사회적 요인에 의해 비롯된 측면이 더 강하다. 따라서 난국 타개를 위해서는 위기의식의 공유와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 필수적이며, 특히 정치권이 책임의식을 가지고 여건조성에 앞장서야 한다.
그런 점에서 한나라당 최대표가 제안한 대통령과 국회의장, 여야대표 4자 회담은 좋은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청와대는 의도의 순수성을 따져보겠다는 등의 조건을 달게 아니라 야당 제안을 수용함이 옳다. 경제살리기는 파당적 이해관계를 초월한 국가적 과제다.
<전용호기자, 조영주기자 chamgil@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