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책] 빈민촌서도 희망을 나눌수 있어요

■ 그럼에도 우리는 행복하다

김종원 지음, 넥서스북스 펴냄


마을 가운데 길을 따라 다 쓰러져가는 판자집이 늘어서있다. 그나마도 좁은 방마다 7~8명씩 꽉 들어찼고, 이도 모자라 집과 집 사이 좁은 틈에 산다. 길에는 바닥이 보이지 않을 만큼 쓰레기가 굴러다닌다.


경찰이 한낮에도 들어오기를 꺼리는 이곳에 오는 건 대개 쓰레기차. 사람들이 반갑게 모여든다. 나이가 가늠되지 않는 꼬마도 더 어린 아기를 등에 업고 사이에 끼어 있다. 조금이라도 '신선한' '쓸만한' 것을 재빨리 찾기 위해, 40도가 넘는 땡볕 아래 가족이 먹을 것을 찾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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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필리핀 수도 한복판의 빈민촌 톤도다. 이 책에 나오는 아이들은 모두 이곳에 산다. 그런가 하면 마을 한 쪽 숯 공장 앞에도 아이들이 몰려 있다. 건축폐기물 속 나무에서 못과 철사를 빼내는 일. 예외 없이 맨발에 열에 여덟은 상의가 없다. 다섯은 하의조차 못 챙겨입고 있다. 언제 씻었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꾀죄죄한 이 아이들의 손바닥에는 굳은 살이 가득하다.

하지만 작가는 아이들에게서 '우리는 행복하기 위해 태어났어요'하는 눈빛을 읽는다. 사진마다 아이들의 해맑은 웃음이 가득하다. 빵을 나눠주면 집에 달려가 병든 아빠를 먹이고 자신은 굶는다. 햄버거 3개를 주니 15조각으로 나눠 친구들과 함께 먹는다. 용케 이곳을 벗어나 엘리트 코스 문턱에 선 청년은 모든 걸 버리고 이곳 자원봉사센터에서 아이들을 가르친다. 당황해하는 저자에게 아이들은 되묻는다. "나만의 희망을 키우는 것보다 세상을 위한 희망을 키우는 일을 하는 것이 더 행복한 삶이 아닐까요?"

어떻게 그럴까. 의아한 마음에 저자는 덧붙인다. "가난과 행복은 별개라고 생각하는 톤도의 아이들을 만나 보면, 아마 당신도 내 마음을 알게 될 거야." 1만3,800원.


이재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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