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한국과 같은 파산법 있었다면 실리콘밸리 절반은 비었을 것

■ 버나드 문·이한주 '스파크랩' 공동 대표<br>한국 창업인 리스크 부담 커 정부가 나서 진입 장벽 낮춰야<br>성공한 기업가 인맥·노하우 전수 등 미국 '되물림 문화' 최대한 모방<br>한인 2세 네트워크 만들어 벤처 해외진출 적극 도울 것

이한주(왼쪽부터) 스파크랩 공동 대표, 버나드 김 망고플레이트 대표, 버나드 문 스파크랩 공동대표가 최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스파크랩 데모데이 행사장에서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스파크랩

"미국 정부가 파산법을 완화면서 실리콘밸리 성공에 크게 기여했는데 한국은 여전히 기업가가 실패할 경우 엄청난 리스크를 짊어져야 합니다. 만약 미국이 한국과 같았다면 실리콘밸리의 절반은 비었을 것입니다"

21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만난 버나드 문 스파크랩 공동대표는 "한국은 여전히 변해야 할 게 많은 나라"라며 "정부 차원에서는 창업가들의 진입 장벽을 낮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한주 공동대표도 "미국 역시 은행들이 창업기업에 투자는커녕 융자도 하지 않지만 한국과 가장 큰 차이는 투자생태계가 탄탄하다는 점"이라며 "창업기업에 노하우도 전수해주지 못하면서 보증을 요구하고 투자 안전장치를 강요하는 벤처캐피탈부터 사라져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들이 꼽는 실리콘밸리 창업 생태계의 성공 비결은 '되물림(pay it forward) 문화'다. 성공한 기업가가 후배 기업가에게 인맥과 노하우를 전수해주고 다시 그 후배 기업가가 성공하면 똑같은 일을 반복하는 것. 각각 미국의 인프라 솔루션사인 호스트웨이 한국지사장, 웹컨퍼런스 솔루션사 비드퀵 대표로 실리콘밸리에서 탄탄한 인맥을 자랑하는 이 대표와 문 대표가 한국에 스파크랩을 설립한 것도 이 때문이다.

문 대표는 "스파크랩은 실리콘밸리의 되물림문화를 최대한 모방하려고 노력한다"며 "망고플레이트 같은 기업들이 훗날 성공해서 또 다시 후배기업들에게 멘토링해준다면 한국 창업 생태계도 세계 정상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함께 실리콘밸리에서 성장한 문ㆍ이 대표와 제2기 스파크랩 클래스 참여기업인 망고플레이트의 버나드 김 대표는 "해외에서 성공한 한인 1.5~2세들이 실리콘밸리에 K네트워크를 형성하면서 국내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을 돕는 디딤돌이 될 것"이라며 "3~5년 후면 K네트워크를 바탕으로 한국 스타트업의 해외진출이 가파른 속도를 낼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관련기사



스타트업을 육성하는 엑셀러레이터(Start-up Accelerator)인 스파크랩은 지난해 10월 한국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을 지원한다는 목표 아래 출범했다. 그간 스파크랩은 1~2기 두차례에 걸쳐 10주간의 창업교육을 실시했고 13개 기업이 교육과정을 마쳤다. 기업마다 2만5,000달러의 엔젤투자가 이뤄졌고 마이크로소프트 CTO(최고기술책임자)였던 레이 오지, 빈트 서프 구글 부사장 등 100여명의 다국적 멘토들이 기업별로 4~6명씩 배정돼 참가기업들을 지원했다.

이 대표와 문 대표는 상당수 기업들이 해외 투자를 유치하는 한편 글로벌 경험을 가진 멘토들을 매칭해 구체적인 해외 진출 전략을 짠 점을 지난 1년간의 주요 성과로 꼽았다. 레이터럴, 미미박스, 위플래닛 등은 이미 미국 등 주요 시장에서 서비스를 시작했다.

문 대표는 "클래스 참여 이후 화장품 섭스크립션(구독) 커머스 업체였던 미미박스는 큐레이션(제품선별) 능력을 강점으로 사업모델을 수정하도록 조언했고 미국ㆍ일본에서 투자를 유치해 해외 진출에 가속도를 내고 있다"며 "미국에 수학교육 솔루션을 수출한 노리(Knowre)에는 실리콘밸리 최상위급 로펌을 연결해주는 등 아이디어와 기술력을 가진 유망 창업기업들의 부족한 부분을 전폭적으로 보완해주려고 노력했다"고 평가했다.

개인 맞춤형 레스토랑 추천 어플을 개발한 망고플레이트 역시 클래스에 참여하면서 글로벌 경험이 풍부한 4명의 멘토가 배정됐다. 김 대표는 "3명의 공동창업자가 모두 엔지니어다 보니 경영 노하우나 디자인 부문에서 가장 많은 어려움을 겪었는데 그에 맞게 멘토들을 배정해줘 문제를 해결해나갈 수 있었다"며 "해외 유저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필요한 요소들이 무엇인지 서비스나 디자인 측면에서 짚어준 덕분에 완성도를 높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와 문 대표는 스파크랩 출범 당시 해외 진출의 가장 중요한 요소로 네트워크를 꼽았다. 한국 스타트업들은 유능하고 진취적이지만 해외 시장에 대한 전략적 사고와 인적네트워크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이스라엘이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은 유태인들의 탄탄한 글로벌 네트워크였다"며 "이제 한인 1.5~2세들이 현지 사회에서 주도권을 갖게 됐고 이들이 힘을 합쳐 해외 진출의 발판을 마련해줘야 할 때가 됐다"고 강조했다.


서은영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