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4위 한영 급부상… 2위 안진 내리막

4대 회계법인 지각변동 조짐

EY한영, GS건설 등 대기업과 잇단 계약… 매출액 15% 가까이 성장 예상

딜로이트안진, 포스코·신한 감사 수임전서 완패… 하향 조정 실적목표 다시 낮춰


4대 회계법인 구도에 지각 변동 조짐이 보이고 있다. 그동안 국내 회계 업계는 1강(삼일PwC), 2중(삼정KPMGㆍ딜로이트안진), 1약(EY한영) 체제가 오랫동안 유지돼왔다. 최근 들어 만년 4위라는 인식이 강했던 한영이 조직쇄신과 공격적인 행보로 급부상하는 대신 2위권을 확고히 유지하던 안진이 크게 흔들리는 분위기다.


29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한영은 공격적인 영업으로 2013사업연도(2013년 4월~2014년 3월)에 크게 개선된 실적을 내놓을 것으로 전망된다. 당장 매출액(자문 포함)이 전년 대비 15% 가까이 성장할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 감사 수임 경쟁에서도 크게 약진했다. 시가총액 100대 기업 중 GS건설ㆍLG생활건강ㆍ롯데케미칼 등 굵직굵직한 건을 따냈으며 신규 계약 감사 수수료만 85억원에 달할 정도다. 또 삼성코닝정밀소재의 지분 매각과 삼성SDI와 제일모직 합병 건의 회계자문을 맡는 등 전통적으로 감정을 보였던 인수합병(M&A) 분야에서도 잘나가고 있다. 한영 관계자는 "지난 2008~2012년 파트너급 인력 20%를 포함해 전체적으로 15%의 인력을 정리하며 조직 효율성을 높였으며 지난해부터 글로벌EY 네트워크의 도움을 크게 받으면서 국내 4대 회계법인 중 글로벌 통합 체계가 가장 잘 구축된 한영의 장점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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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영의 자신감은 지난 3월 말부터 이달까지 전직원을 대상으로 진행 중인 비전 공유 워크숍에서도 나타난다. 파트너급 임원이 10여명 정도의 직원을 모아 비전2020(2020년까지 매출 2.5배 달성)과 지난해에 바뀐 로고의 의미 등을 설명하는 자리로 지난 한 달 동안 100회 이상 개최됐다. 이 같은 비전 공유 워크숍은 회계 업계에서 이례적인 일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회계법인 조직은 다소 개인주의적인 성향이 강하고 인력의 이탈이 많기 때문에 제조업체들과 달리 비전 공유 워크숍을 여는 경우는 처음 본다"고 설명했다. 한영은 이에 앞서 지난 1일 창립기념일에는 전직원에게 보너스 100만원씩을 지급하기도 했다. 이는 통상적으로 실적에 따라 받는 성과급과는 별도로 나가는 보너스로 이 역시 회계 업계에서는 처음 있는 일이다. 한영 관계자는 "지난해 선전을 격려하고 앞으로 더 잘해보자는 의미"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한영이 급부상하는 사이 안진은 급격하게 추락하고 있다. 안진은 최근 파트너급 회의에서 지난해 말 이미 한 번 하향 조정한 실적 목표치를 다시 한 번 낮췄다. 특히 회계법인 전체 수익의 근간이 되는 회계감사와 컨설팅 부문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안진 관계자는 "통상 4대 회계법인 중에서 안진의 감사 수수료가 제일 낮은 수준인데 올해 들어 목표로 했던 포스코와 신한금융지주를 모두 놓치는 등 감사 수임전에도 완패해 앞으로 상황이 더 안 좋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컨설팅 부문의 부진은 심각하다. 경기 악화로 전체적인 컨설팅 시장이 위축된데다 4대 회계법인 중 인력과 역량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안진 관계자는 "4~5년 전부터 컨설팅 부문에 대한 보강 작업을 시작했으나 컨설팅의 질과 평판이 좀처럼 개선되지 않았다"며 "실적 악화로 지난해 파트너급 인력 10여명이 급여의 50%도 받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한영이나 삼정과 달리 지난 몇년간 유지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파트너급 인력에 대한 인력조정이 없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안진은 지난해 파트너급 인력에 대한 구조조정을 실시했으나 전체 150여명 중 단 1명을 내보내는 데 그쳤다. 안진 관계자는 "회계감사와 컨설팅의 부진을 세무와 재무자문으로 겨우 메우면서 외형적인 수준은 유지하고 있지만 내부적으로 곪아가고 있다"며 "그나마 실적이 나는 세무와 재무자문 인력들마저 제대로 된 보상을 받지 못하면서 이탈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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