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재정압박 지자체, 요양병원 환자도 내보낸다

전남도, 기초수급 환자 중 일부에 직접 퇴원 권고

무상복지 재원마련 난감

의료급여 줄이기 나서


급증하고 있는 복지재원 탓에 재정압박에 내몰린 지방자치단체가 기초생활수급자의 진료비로 지급되는 의료급여 줄이기에 나섰다.

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전남도청은 최근 관내 한 요양병원 기초생활수급 환자의 보호자들에게 요양병원에서 퇴원할 것을 권고했다. 요양병원의 한 관계자는 "도청의 의료급여 관리사가 우리 병원을 찾아 환자들의 상태를 체크 한 뒤 모두 17명의 기초생활수급 환자 가운데 7명이 병원에서 지낼 필요가 없다고 판단해 보호자들에게 이들의 퇴원을 권고했다"며 "수년째 병원에서 일해왔지만 도청에서 환자 보호자들에게 직접 퇴원을 권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이는 비단 전남도청에만 국한된 얘기가 아니다. 앞서 경기 의정부시는 의료급여 관리사 4명을 통해 기초생활수급 환자의 의료급여를 집중 관리한 결과, 지난 해에만 모두 22억4,000만원의 예산을 절감했다고 밝혔다. 경남 산청군과 제주시, 전북 완주군 등도 많게는 9억8,000여만원에서 적게는 9,700여만원의 의료급여 지출을 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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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들이 이처럼 의료급여 지출 긴축에 나선 것은 매년 늘어나고 있는 소요 예산 때문이다. 건강보험료를 내지 않는 기초생활수급자 의료급여의 경우 건강보험 가입자와 달리 건강보험 재정이 아닌 국고와 지방비에서 지출된다. 지자체의 분담률은 총 재원의 15~20% 정도 수준이다. 지난 2013년 총 5조2,213억원의 의료급여 예산 가운데 지방비가 차지한 비중은 8,288억원이었다.

지자체의 한 관계자는 "기초생활수급 환자 가운데 일부는 크게 아프지도 않은데 입원을 하기도 한다"며 "일종의 의료 모럴헤저드라 고 할 수 있는데 그 같은 사례는 입원 절차가 까다롭지 않은 요양병원에서 특히 많이 발생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같은 상황을 알면서도 그 동안 예의주시하는 데 그쳤던 지자체가 실제 행동에 나선 것은 무상보육 시행·기초연금 지급 등으로 늘어난 복지재원이 지자체로서는 더 이상 감당하기 힘든 수준이 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오정근 건국대 특임교수는 "우리나라의 복지 서비스는 무상의 비중이 지나치게 높다"며 "현 시스템을 개혁하지 않으면 지자체는 물론 정부도 이를 감당하지 못해 지속할 수 없는 상황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의료급여를 과도하게 줄이려다 보면 자칫 저소득층이 의료 사각지대에 내몰릴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병원의 한 관계자는 "기초생활수급 환자가 의료기관을 과도하게 이용하고 있다는 인식이 확산될 경우 실제 몸이 아픈 저소득층도 의료기관 이용에 부담을 느낄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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