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보험사기 공화국, 특별법 시급하다] 보험사기에 무덤덤한 사회… "질병 속이고 가입 괜찮다" 32%

보험금 청구경험 있으면 보험사기 더 쉽게 용인


보험사기가 늘어나고 있는 주된 이유 중 하나로 전문가들은 보험사기에 대한 세간의 관대한 인식을 꼽는다. 실제 보험연구원이 자체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우리 국민 3명 중 1명은 보험사기를 용인할 수 있다고 답하는 등 보험사기에 대해 큰 문제의식을 갖고 있지 않다.


조사 내용의 세부항목을 살펴보면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응답자의 32.3%는 본인이 걸린 질병을 속이고 보험에 가입하더라도 괜찮다고 응답했다. 사고로 경미한 부상을 입었음에도 불구, 평소 앓고 있던 질병까지 검진을 받아 의료비를 청구하는 '편승치료'에 관해서는 34.8%가 괜찮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부상 정도를 과장해 보험금을 청구하는 '손실 과장'에 대해서는 35.8%가, 보험금을 받기 위해 사고 내용을 조작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25.2%가 각각 용인할 수 있다고 답했다. 손해사정사에게 사례금을 제공하고 높은 보상금을 달라고 부탁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29.8%가, 보험사 직원과 짜고 보상금을 더 타내는 행위에 대해서는 28.7%가 각각 용인 가능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가장 충격적인 결과는 회사 경영이 어려울 경우 보험금을 타내기 위해 불을 내는 등의 '고의사고 유발'에 대해 4명 중 1명꼴인 24.3%가 그럴 수 있다고 답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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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 결과 보험금청구 경험이 있는 응답자일수록 보험사기에 너그러운 입장을 보였다. 각 조사항목에서 보험금 청구 경험이 있는 이들은 관련 경험이 없는 이들에 비해 보험사기를 용인할 수 있다는 응답이 무려 10%포인트 이상 높았다. 또 보험사기의 발각 가능성에 대해서는 보험금 청구 경험이 있는 이들의 42.1%가 '대부분 발각된다'고 밝혀 보험금 청구 경험이 없는 이들(48.4%)보다 오히려 그 가능성을 낮게 봤다. 송윤아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보험금 청구 경험이 있는 사람일수록 보험사기를 쉽게 받아들인다는 것은 현행 보험금 지급체계가 그만큼 보험사기에 취약하다는 것을 나타낸다"며 "관련 직원의 업무평가항목 또한 보험사기 방지 관점에서 짜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반면 미국은 보험사기와 관련한 부정적 인식이 매우 강하다. 미국의 응답자들은 고지의무 위반(2.2%), 편승치료(3.2%), 손실 과장(4.9%), 보험사고 조작(2.7%) 등 주요항목에서 보험사기를 용인할 수 있다는 비중이 매우 낮았다. 실제 미국의 경우 주(州)별로 보험사기방지법을 제정, 보험사기를 중죄로 분류하고 관련 서류에 보험사기 경고문구 게재를 의무화하는 등 강력히 대처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형법에 보험범죄를 따로 분류하지 않고 있으며 관련 처벌도 미미한 상황이다.

실제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이 지난 2008년부터 5년간 보험사기로 형사처벌을 받은 이들을 분석한 결과 절반 이상인 51.1%가 벌금형에 그쳤으며 집행유예 비중도 26.3%에 달했다. 징역형은 22.6%에 머물렀다. 무엇보다 보험사기범 중 초범자 비율이 무려 90.1%에 달하는 등 보험사기가 특정계층을 가리지 않고 확산되고 있다는 점은 문제다. 형사정책연구원 관계자는 "보험사기로 인한 피해는 광범위하기 때문에 일반 국민 전체가 피해자가 될 수 있다"며 "보험사기는 보험제도 자체의 신뢰성을 훼손하는 중대한 범죄행위라는 점을 고려해 법원의 양형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양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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