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신용과 평판을 중시하는 사회/유시열 제일은행장(로터리)

개인적인 평판은 올바른 언행으로부터 비롯되며 명예와 직결된다. 평판이 좋으면 경제·사회활동을 하는데 보다 유리한 대접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개인의 무형자산이 되기도 한다.기업의 경우도 기업과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의 평판이 수익의 핵심적인 요인이 되기 때문에 이미지 개선에 보다 역점을 두는 것이 저간의 광고전략이다. 경제·사회적 관점에서도 평판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신용과 명예를 가볍게 여겨 자신에 대한 평판을 중시하지 않고 목전의 이익만 탐하는 사회에서는 장기적으로 볼 때 거래가 위축되고 사회적 비용도 증가하며 국민경제적 비효율을 초래하게 된다. 정책에 있어서도 평판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민간경제주체가 정책당국을 신뢰하면 할수록 정책효과가 크다는 사실이 밝혀짐에 따라 당국에 대한 국민의 평판이 정책의 성패를 결정하는 중요변수 중 하나로 등장하고 있다. 정책당국의 평판은 정책의 일관성 유지, 즉 언행일치 여부에 크게 영향을 받게 된다. 일례로 일단의 주민들이 상수원 보호구역에서 오·폐수를 무단방류하는 행위를 생각해보자. 이때 당국이 취할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은 사전예방이다. 따라서 주민들의 오·폐수 방류행위는 일절 허용하지 않을 것이고 만일 이를 어길 경우 강력한 제재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사전경고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당국이 확고한 평판을 유지함으로써 주민들이 당국의 정책의지를 믿는 경우 그대로 따를 것이지만 그렇지 못하다면 일단 비오는 날 등을 이용, 무단 방류행위를 감행할 것이다. 이럴 경우 당국이 당초 공언대로 예외없는 엄정한 제재를 통해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한다면 유사한 사례가 발생하는 것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반대로 오·폐수 방류가 이미 이루어짐으로써 사전 예방이라는 당초 목표가 수포로 돌아갔을 뿐더러 선심행정이라든가 다수의 민원제기가 두려워 유야무야한다면 정책의 일관성이 상실되고 마는 것이다. 그 결과 당국의 평판이 훼손되어 향후 정책수행에 애로를 겪게 된다. 언행의 일관성은 신용사회를 유지하는 바탕일뿐더러 정책의 생명임을 우리는 알아야 한다. 평판을 중시하고 유지하는 사회가 강한 경제체질을 갖게 됨은 당연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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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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