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포럼] 중산층이 수긍하는 세제개편


올해 세법개정안에 대해 결국 박근혜 대통령이 재검토를 지시했다. 세제개편이 여론의 거센 역풍을 맞은 것은 중산층을 고려하지 않고 세금을 더 걷는 데 초점이 맞춰졌기 때문이다. 가파르게 늘어나는 복지수요를 감당하기 위해서는 일정한 수준의 증세가 불가피해 보인다. 하지만 증세 위주의 세법개정으로 세제의 기본원칙인 공평과세를 훼손하거나 조세의 소득재분배 기능을 후퇴시켜서는 안 된다. 경기침체기에 중산층의 세부담을 늘리는 정책은 성장동력인 소비를 위축시켜 경기회복을 더디게 한다. 이는 장기적으로 세수확보에 걸림돌이 된다. 세법개정으로 5년간 늘어나는 세수 2조9,700억원 중 근로자가 부담할 몫은 1조3,000억원으로 늘어나는 세수의 43.8%에 달한다. 이에 반해 대기업이 부담할 세수는 1조원, 사업자 등이 부담할 몫은 근로자의 절반인 6,700억원에 불과하다. 늘어나는 세수의 주된 부담자가 근로소득자라는 것이 올해 세법개정안의 가장 큰 문제점이다.

현 기업 생태계에서는 성장의 열매가 대기업에 집중되고 중소기업과 근로자의 몫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낙수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중산층 근로자의 세금을 늘리는 세법개정은 세부담의 불공평과 양극화를 더 심화시킨다. 고소득자로부터 세금을 더 거둬 복지재원에 충당하는 게 맞다.


유리알지갑 터는 세법 양극화 심화시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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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자의 소득은 유리알처럼 드러나는데 자영업자의 소득파악률은 아직도 50~60%선에 머물러 있다. 국세청 세무조사 결과 의사ㆍ변호사ㆍ고소득자영업자 등 부자들의 차명계좌를 이용한 탈세가 일반화돼 있음이 확인된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지하경제와 차명계좌, 부가가치세 간이과세제 등 고소득자들의 소득탈루 블랙홀은 그대로 두고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과세를 후퇴시키는 등 세금 없는 부의 대물림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면서 올해 세법개정안은 세금거두기 편한 근로자의 지갑을 털어 세수를 채우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월급쟁이가 봉인가'라는 소리가 나올 만하다.

더구나 우리나라의 조세를 통한 소득재분배 기능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꼴찌 수준이다. 주요 원인은 고소득전문직을 포함한 자영업자들의 광범위한 소득탈루로 이들의 소득세 부담이 낮다는 데 있다. 월급생활자들의 근로소득세는 정부 예산보다 더 걷히는 반면 자영업자들의 종합소득세는 덜 걷히는 해가 많았다. 이런 현실을 무시하고 근로소득자의 세부담을 늘려 세수를 채우는 방향으로 이뤄진 세법개정은 조세의 소득재분배 기능을 더욱 악화시킨다.

과표구간 조정 월급쟁이 세부담 줄여야

한편 정부는 지난 1996년 이후 17년째 소득세 과세표준 구간을 상향 조정하지 않는 방법으로 물가상승에 따른 명목소득까지 과세소득에 포함해 매년 근로소득자로부터 과중한 세금을 거둬왔다. 특히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바꾸는 올해 세법개정에서는 어느 때보다 과세표준 구간 상향 조정이 절실함에도 낡은 과세표준 구간을 그대로 유지했다. 이러면 소득은 늘어나지 않았는데도 소득공제의 세액공제 전환, 소득공제 축소에 따른 과세표준 증가 등 이중의 증세효과가 발생한다. 이를 그냥 두면 중산층 근로자의 세부담이 폭증한다. 세법개정안의 국회심의 과정에서 그동안의 물가상승률(68.3%)과 외국 사례를 참작해 과세표준 구간을 현실에 맞게 상향 조정해야 한다. 이는 물가상승으로 발생한 명목소득에 대한 세부담을 덜어주는 조치로서 정부의 중산층 70% 육성정책과도 맞닿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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