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우량은행 짝짓기 급물살

우량은행 짝짓기 급물살우량은행간 합병이 다음달 가시화될 것 2차 금융구조조정안이 발표되고 진념(陳稔) 재정경제부 장관과 이근영(李瑾榮) 금감위원장이 잇따라 우량은행간 합병이 다음달 가시화될 것이라고 공언함에 따라 우량은행간 합병구도가 급류를 탈 것으로 보인다. 이른바 「티어-원 그룹」으로 꼽히는 국민·주택·신한·한미·하나 등 5개 은행 가운데 상징적인 합병모델이 등장할 것임을 정부가 공언한 것은 이미 막후작업이 전개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시한이 정해진 것에 비춰 우량은행들의 움직임은 급류를 탈 가능성이 높다. 이미 구체적인 조짐도 감지된다. 「D데이」가 임박해지면서 가장 주목의 대상은 하나은행. 내부적으로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당국과의 교감이 상당수준에 이르렀다는 관측이다. 감사원의 지적으로 은행장이 코너에 몰려 있는 국민은행과 뉴욕증시 상장을 카드로 시장을 저울질하고 있는 주택은행이 여전히 합병의 한쪽 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며 애매한 상태의 신한은행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외자유치를 성사시킨 한미은행은 선택적으로 끼어들겠다며 눈치작전을 펴고 있다. ◇하나은행은 와일드 카드(?)=2차 구조조정을 앞두고 우량은행 가운데 가장 힘든 상황을 맞은 곳이 하나은행이다. 영업기반이 위축되고 있어 독자생존이 어렵다는 데 공감하면서도 선뜻 파트너를 붙잡기에는 조직이 작다. 그래서 선택한 곳이 한미은행이지만 한미은행은 외자유치가 성사된 후 하나은행에 미련을 두지 않고 있다. 두 은행간 전략적 제휴는 이미 무의미해진 상황. 한미은행 고위 관계자는 『하나은행과의 합병만으로 끝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말해 대형 우량은행과의 추가 합병이 전제되지 않는 한 하나은행과의 합병만으로는 부족함을 표시했다. 다급해진 하나은행은 당국과 긴밀하게 접촉하며 틀을 짜고 있다. 김승유(金勝猶) 행장은 IMF 총회 참석 전 李금감위원장과 대주주인 알리안츠를 방문하는 등 긴밀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며 이미 지난달 말부터 당국과 수시로 합병문제를 논의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여러 정황에 비춰 당국이 하나은행을 다른 우량은행의 합병구도에 와일드 카드로 들이밀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주택 또는 국민은행과의 2차 합병을 전제로 한미측에 하나은행과의 합병을 권유하는 구도 또는 「국민(주택)+신한」의 부담을 덜기 위해 하나은행을 끼워넣을 수 있다는 설이 흘러나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고민에 빠진 신한은행=독자생존을 고집했던 신한은행은 정부의 은행합병 의지가 재차 공표되면서 묘한 불안감에 빠져 있다. 이대로 홀로 갈 수 없는 것은 아니지만 우량은행 가운데 합병은행이 탄생하고 또다른 축으로 공적자금 투입은행간 통합은행이 등장하면 시장에서 중위권 이하로 밀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 그렇다고 이제와서 국민은행과의 합병을 다시 검토하기도 어려운 처지다. 아직 신한은행이 합병을 구체적으로 검토하는 분위기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손놓고 지켜볼 수만은 없다는 분위기가 내부에 확산돼 가고 있다. ◇합병의 몸통, 국민은행이냐 주택은행이냐=합병을 은행자율에 맡긴다지만 정부의 직·간접 개입은 불가피해보인다. 상징성 있는 합병조합이 등장하려면 국민·주택은행 중 하나는 끼어야 한다. 합병이 주주가치를 높이는 방향이라면 외국인 대주주를 설득하기는 어렵지 않다. 국민은행은 노조에 대한 부담이 크다. 움직임이 둔하고 상대방이 꺼려할 소지가 높다는 점이 단점. 반면 어떤 구도를 선택하든 활용도가 높다. 공적자금 추가 조성을 앞두고 국회동의를 받기 위해 정부가 국민은행과 공자금 투입은행간 합병카드를 꺼내지 않을까 하는 관측도 있다. 주택은행은 뉴욕증시 상장 등을 바람막이로 능동적인 선택을 하겠다는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그러나 파트너들의 선호도가 높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성화용기자SHY@SED.CO.KR 박태준기자JUNE@SED.CO.KR 입력시간 2000/09/27 19:45 ◀ 이전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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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화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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