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 무산으로 주변 부동산 시장에도 후폭풍이 불어닥칠 조짐이다. 통합개발 대상이었던 서부이촌동의 한 아파트가 최근 경매에서 4차례나 유찰되며 가격이 반토막났다. 보상을 염두에 두고 대출을 받은 서부이촌동 주민이 상당수여서 앞으로도 대출을 감당하지 못한 물건이 경매시장에 쏟아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낳고 있다.
10일 경매정보업체인 부동산태인에 따르면 지난달 14일 감정가 4억5,000만원인 용산구 이촌동 시범아파트 59㎡(이하 전용면적)가 네 번째 경매 입찰에 부쳐졌지만 응찰자가 없어 유찰됐다. 이에 따라 이 물건은 감정가액의 41%인 1억8,432만원에 18일 다시 입찰에 부쳐질 예정이다.
이 아파트는 소유자가 2008년 7월 모 저축은행에서 4억2,000만여원의 대출을 받았다가 지난해 말 한국자산관리공사에 채권이 넘어간 후 경매를 청구한 물건이다. 등기부등본에 설정된 말소기준권리의 채권최고액만 5억4,600만원으로 감정가에 육박한다. 낙찰자가 인수해야 하는 선순위 임차인 보증금이 2,300만원에 불과하지만 네 차례 유찰로 감정가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가격까지 떨어졌다.
업계는 용산개발 사업이 무산되지 않았다면 요지의 아파트가 이처럼 네 차례나 유찰되는 일이 벌어지지는 않았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대홍 부동산태인 팀장은 "시범아파트는 대지권이 없어 일반적인 기준으로 볼 때는 투자가치가 없지만 용산개발이라는 호재가 그 같은 단점을 상쇄하고도 남았다"며 "하지만 용산개발이 무산되면서 그 같은 장점도 사라지게 됐다"고 말했다.
실제로 시범ㆍ중산아파트는 2009년 감정가 6억원에 경매에 부쳐져 4억1,000만원(낙찰가율 68.33%)에, 2011년에는 감정가 5억5,000만원에 나와 3억7,560만원(낙찰가율 68.29%) 각각 낙찰됐다. 이주대책기준일인 2007년 8월30일 이후에 소유권을 획득한 경우 입주권 확보 여부가 불확실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비교적 높은 가격에 낙찰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문제는 용산사업이 청산절차를 밟게 되면서 서부이촌동에서 이 같은 물건이 경매시장에 대거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용산역세권개발㈜의 '서부이촌동 대출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7월 기준 보상지역 내 총 2,298가구 중 1,250가구에 총 4,302억원에 달하는 근저당이 설정돼 있다. 통상 채권최고액이 대출액의 130% 선에서 설정이 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가구당 평균 대출액은 2억6,500만여원 정도로 추산된다. 이는 한국은행이 조사한 2011년 전국 가구당 부채액인 5,205만원 대비 5배, 수도권 가구당 부채액 7,336만원 대비 3.5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통합개발 찬성 주민 모임인 이촌2동 11개구역 동의자 대책협의회도 최근 전체 가구의 68%가 대출을 안고 있으며 가구당 평균 대출액은 3억4,000만원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정 팀장은 "서부이촌동에서 경매물건이 나오게 되면 낙찰가율이 급락하는 것은 불가피할 것"이라며 "자칫 일부 주민들은 집을 날리는 것은 물론 상환하지 못한 채무액도 부담해야 하는 이중의 고통을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