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통장방식 금융거래의 탈피

“목수 연장 나무란다”는 속담이 있지만, 아마 집안일로 콘크리트 벽에 못을 쳐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면 연장 탓하는 목수 심정에 공감이 갈 것이다. 무릇 연장에 각기 제 용도가 있는 것처럼 금융상품에도 그 기능에 적합한 연장이 필요하다. 금융거래의 연장이라 할 수 있는 통장도 마찬가지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떤 예금이든 통장은 꼭 있어야 하고, 통장이 없으면 금융거래가 이뤄질 수 없는 것처럼 생각한다. 그러나 통장은 하나의 증거서류에 불과하다. 따라서 통장이 없더라도 고객이 다른 방법으로 정당한 예금주라는 것을 입증만 하면 언제든지 예금을 찾을 수 있다. 통장은 원래 입출금이 빈번한 당좌예금이나 서민저축예금에 흔히 이용됐었다. 하지만 은행의 주된 자금조달수단인 정기예금처럼 목돈을 맡겨 만기에 찾는 경우 구태여 두툼한 통장을 사용할 이유가 없다. 은행예금 외에도 표지어음, 양도성예금(CD), 기업어음(CP), 환매조건부채권(RP), 투자신탁 수익증권에도 통장이 사용되고 있다. 이런 금융상품을 통장으로 거래하면 입출금이나 재투자에 대한 반복적인 거래내역을 일목요연하게 볼 수 있는 장점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거래가 빈번하지 않은 상품은 증권형태로 거래한다면 스피드시대에 간편하기도 하거니와 부대비용도 절약할 수 있을 것이다. 국내은행의 예금계좌수는 외환위기 직후를 제외하고는 95년 이후 최근까지 대략 매년 1,000만 계좌씩 늘고 있다. 지난해말 현재 은행예금 계좌수는 1억6,000만 계좌로 이 가운데 절반인 약 8,200만 계좌가 만원 이하의 소액예금이다. 만원도 채 안되는 예금을 위해 매번 1,000~2,000원이 드는 통장 발행비용에다 계좌 유지비용까지 물어야 하다 보니 배보다 배꼽이 큰 셈이다. 앞으로도 금융비용을 절감하고, 시대상황에 맞게 금융을 꾸려가기 위해서는 통장에 대한 인식전환이 필요하다. 최근에 통장발급없이 카드나 인터넷뱅킹만으로 거래하는 전자통장이 도입되고 있으며 앞으로 전산화된 거래명세서가 통장을 대체하거나 무통장화(無通帳化)되는 `금융기술의 진화`는 계속될 것이다. 지금은 지난 시절의 `통장방식 금융개념`을 넘어야 할 때다. 외환위기 이후의 구조조정이 금융하드웨어의 개혁이라면 비록 작은 것이지만 `통장개혁`과 같은 금융소프트웨어의 개혁이 계속될 때 우리 금융이 선진금융에 한발 다가설 수 있을 것이다. <강형문(한국금융연수원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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