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 일본 항공모함 '가가'


윤봉길 의사가 일본 제국 주요 인사들에게 폭탄을 던진 1932년 4월29일 중국 상하이 훙커우공원에서는 일왕의 생일과 상하이 점령 전승 기념행사가 열리고 있었다. 상하이 점령 전승 기념행사란 1932년 1월28일 중국과 일본 간에 벌어진 무력충돌인 이른바 '상하이 사변'에서의 일본 승리를 기리기 위한 것. 당시 만주 사변을 일으켜 만주를 식민지화하는 데 성공한 일본은 상하이도 같은 식으로 차지하기 위해 일본인 승려가 구타당한 사건을 빌미로 상하이 사변을 일으켰다. 일본은 이때 항공모함 '가가'를 처음 출전시켜 상하이를 점령했다. 가가는 이후 중국 침략에 주로 이용돼 중국에서는 '악마함'으로 불렸다.


일본 자위대가 최근 진수한 해상자위대 헬기 탑재 호위함 이름을 '가가'라고 붙이자 중국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두 배는 이름은 물론 길이도 248m로 같다. 이번에 진수한 가가가 명목상으로는 헬기 탑재 호위함이지만 상황에 따라서는 항모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점도 일제 때의 가가를 연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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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이처럼 군국주의 시절의 이름을 되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일본은 2013년 8월에도 가가와 같은 형태의 자위대 헬기 탑재 호위함 '이즈모'를 진수했다. 이즈모는 청일전쟁에서 승리한 일본이 배상금으로 건조한 순양함과 이름이 같아 당시에도 중국의 비난이 컸다. 순양함 이즈모 역시 일제의 중국 침략 때 자주 이용됐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같은 해 5월 '731'이라는 숫자가 쓰인 항공 자위대 전투기에서 엄지손가락을 추켜세운 사진을 찍어 인간 생체실험으로 악명 높은 731부대를 떠올리게 했다.

일본의 도발 행위에 진정 의도는 없는 것일까. 일본 내 극우 보수층으로서는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고 싶겠지만 항모 가가의 말로는 그것이 얼마나 위험한 생각인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상하이 점령에 성공한 가가는 1942년 미드웨이 해전에서 미군 폭격기의 폭탄 4발과 함께 바닷속으로 가라앉고 말았다. /한기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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