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송현칼럼] 외환위기와 대외개방

지난해 12월 외환위기가 발발한 후 국제통화기금(IMF)과의 합의에 따라 우리 경제의 대외개방은 더한층 가속되었다.수입선 다변화정책이 내년 6월까지 완전 폐지되어 일본으로부터 자동차·가전제품 등의 수입이 자유화되고 채권시장도 99년까지는 완전히 개방되며 국내주식을 취득하는 데 있어 외국인 지분한도도 조만간 사라지게 되었다. 새정부가 출범한 후에는 아태경제협력체(APEC)에서의 부문별 조기자유화(EVSL)에 적극 참여하고 주요 교역국가와의 자유무역협정 추진계획을 발표하는 등 통상정책 기조도 급선회하고 있다. 이를 두고 혹자는 국가부도 위기에 직면해서 IMF로부터 구제금융을 하루 빨리 얻어내기 위해 외국상품과 자본을 안마당까지 끌어들이는 어리석은 단견이라고 비난한다. 이들은 IMF를 실제로 조종하는 미국이 한국의 위기상황을 이용해서 자국의 이익을 챙기고자 하는데 우리가 이에 맞서서 국익을 제대로 지켜내지 못한다고 비난한다. 새정부 출범 이후의 적극적인 개방정책을 둘러싼 논쟁은 앞으로 뉴라운드 출범 등 굵직한 이슈들이 표면화되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견되는바, 우리는 향후의 대외개방을 다음과 같은 시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첫째,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수출시장 확보의 중요성이다. 올해 우리 경제의 위축이 그나마 마이너스 6%에 머문다면 이는 순전히 수출증가의 덕택이다. 국내수요가 30% 가까이 감소한 반면 물량수출은 20% 이상 증가하였으니 만약 수출이 급격히 늘어나지 않았다면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 10%까지도 떨어졌을 것이다. 우리의 수출증가는 순전히 미국과 유럽연합(EU)을 대상으로 이루어졌다. 미국은 아시아 국가들로부터 수입이 급증했기 때문에 올 무역적자가 지난해에 비해 50% 늘어난 1,700억달러에 달할 전망이고 이 때문에 미국은 반덤핑제소 등의 보호무역을 강화하고 있다. 우리가 대외개방정책을 확대해나간다면 이는 미국이 계속해서 자유무역주의를 견지하는 데 큰 힘이 될 것이고 이는 바로 우리의 국익증대와 직결된다. 둘째, 외국인 직접투자의 중요성을 새삼 깨달을 필요성이 있다. 아시아 국가들 중에서도 외환위기를 피해가는 국가는 경상수지 흑자를 많이 내거나 외국인 직접투자가 왕성한 나라들이다. 일본·타이완은 전자에 속하고 중국·싱가포르는 후자에 속한다. 우리 나라와 같이 경상적자를 계속 내면서 외화부족분을 주로 해외차입에 의존하는 국가는 외환위기의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우리가 종래에 외국인 투자를 백안시한 중요한 이유는 기업의 생산활동과 기업소유권을 혼동하였기 때문이다. 기업은 고용을 늘리고 이윤을 내서 주주에게 배당하고 세금을 내면 되는 것이지 누가 주인인가는 국민경제 전체 입장에서는 중요하지 않다. 종업원의 입장에서도 한국인사장이 외국인사장보다 좋다는 보장은 없는 것이다. 셋째, 개방을 하면 우리가 피해를 입는다는 열등의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걸핏하면 세계 12위 무역대국으로서 조선·철강·반도체·자동차 등에서 세계적인 생산대국임을 뽐내면서도 개방하면 우리만 손해본다는 사고는 자가당착이다. 규제개혁으로 민간의 창의를 북돋우고 교육개혁으로 지식·정보시대를 열어나갈 젊은 세대를 키우며 과학·기술을 진흥시켜 기술을 꽃피워나간다면 개방의 이익은 충분히 누릴 수 있다. 혹자는 우리가 너무 성급하게 개방을 했기 때문에 외환위기를 만났다고 주장하지만 문제는 개방 자체보다 개방의 이익을 우리 것으로 하기 위한 자기개혁을 등한시한 데 있다. 만약 우리가 내부준비가 미흡하다는 것을 내세워 개방을 지연시켰으면 고비용·저효율의 병세만 깊어가고 우리 경제의 구조조정은 더욱 요원해졌을 것이다. 우리가 외환위기를 통해서 개방과 내부개혁의 중요성을 실감하게 된 것은 참으로 값비싼 교훈이다. 지금부터 우리는 개방 여부를 놓고 귀중한 시간을 허비할 것이 아니라 개방을 통해 우리 자신들의 고질적인 비효율과 비합리를 과감하게 수술해야 한다. /이경태(李景台)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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