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F-35 전투기 도입에 돈을 발라야 하나

한국이 도입을 검토 중인 미국 F-35 전투기의 성능이 부풀려지고 생산비용은 실제보다 낮게 책정됐다는 주장이 나왔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미국이 시험비행도 하지 않고 생산을 결정한 뒤 수많은 오류와 결함이 발견돼 설계변경이 잇따른 끝에 개발비용이 두 배나 뛰었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고급제품으로 속아 비싸게 사들인 중저가 제품의 하자가 끊임없이 발견되고 있다는 얘기다. 미 국방부조차 록히드마틴의 '유인상술'에 걸려들었다며 한숨을 짓는다고 한다.


이쯤 되면 계약과 구매를 취소하는 게 정상인데 미국은 F-35의 생산을 강행할 모양이다. 그 사정이 딱하다. 미흡한 성능과 연이은 사고 탓에 신뢰성이 바닥에 떨어지고 돈을 먹는 하마로 전락했어도 13만명의 고용효과 때문에 사업을 진행할 수밖에 없단다. 초고성능 스텔스 전투기인 F-22의 60%대 가격에 그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세계에서 가장 비싼 전투기가 돼버린 F-35를 미국이 버리지 못하는 배경에는 산업보호가 깔린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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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한국에 미칠 파장이다. 우리는 지난해 차세대전투기(FX) 선정 당시 정부가 F-35 제작사인 록히드마틴에 특혜를 베풀었음을 기억한다. 기종 결정은 연기됐으나 시험비행도 없이 시뮬레이터(모의시험장비)로 시험 평가를 허용한 이유를 지금도 알 길이 없다. 혈맹이라는 특수한 사정은 이해하지만 최소한 8조원 이상의 예산이 투입되는 만큼 지금부터라도 신중한 접근자세가 요구된다.

미국의 본을 받아야 할 교훈도 있다. 자국산업 보호와 고용유지를 중시하는 태도야말로 우리에게 절실한 것들이다. 차제에 지연되고 있는 한국형전투기(KFX) 개발에 힘을 불어넣을 필요도 있다. 미국 기술자들의 고용유지를 위해 결함투성이인 F-35를 당초 예상가격의 두 배에 사들이느니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국내 기술개발과 고용확대에 힘쓰는 게 순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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