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우려되는 공공주택의 민자 유치

"민간 자본을 활용해 차질 없이 추진하겠습니다" 정부가 각종 개발계획을 발표하면서 재원이 부족할 때마다 단골로 등장하는 말이다. 실제로 정부는 지난 수십 년 간 부족한 도로와 철도ㆍ다리 등을 민간 자본을 활용해 메어왔다. 급기야 최근에는 공공주택 사업에도 민간자본 참여 방안이 마련되고 있다. 공공주택인 보금자리주택 사업 대부분을 진행하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자금난이 심해지면서 나온 '고육지책'이다. 당장 올해만 해도 LH가 공급해야 하는 보금자리주택이 17만 가구인데 자금 사정을 들여다보면 이것의 절반 수준만 공급이 가능하다. 그렇다고 핵심 공약인 보금자리주택 건설을 포기할 수도 없는 처지여서 민간 자본 활용 카드를 다시 꺼내든 것이다. 그러나 민간 자본을 공공 사업에 유치하는 게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확실한 수익이 없으면 민간 사업자는 들어오지 않는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수익률을 보장하는 특례를 만들면 자칫 정부 스스로 발목이 잡히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최소운영수익보장(MRG)으로 인해 수천 억 원의 혈세가 낭비된 공항철도사업이 대표적인 사례다. 정부는 보금자리주택의 사업성이 좋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업계에서는 강남권과 일부 지구를 제외하고 사업성을 낙관하지 않고 있다. 수익률 보장이라는 확실한 유인책 없이 민간 참여가 쉽지 않을 것이란 말이다. 더구나 LH의 자금난을 해소해주는 효과도 단기에 그칠 뿐 중장기적으로는 악재일 수도 있다. LH의 주요 수익 중 하나인 분양 주택 사업을 민간에 일정부분 넘기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토지보상 과정도 민간이 들어오면 잡음이 더 심해질 수 있다. 예컨대 대기업 건설사가 사업 시행자에 포함될 경우 원주민들과의 마찰은 더욱 심해지고 보금자리주택 사업 명분도 약해질 개연성이 농후하다. 민간 자본 활용이 당장에 가장 발표하기 편한 대책일지 모르지만 결국'자가당착'이 될 가능성도 크다. 정부가 민간 자본 참여 방안을 최대한 신중하게 추진해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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