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개성시대의 성장전략(사설)

지금은 무한경쟁시대다. 어제와 같은 대량생산을 통한 저원가·표준화된 제품만으로는 경쟁에 이길 수 없는 시대가 된 것이다.기업들의 전통적인 경영전략은 낮은 비용으로 승부를 거는 저원가다. 또하나의 전략은 특화된 제품으로 경쟁하는 차별화다. 그러나 세상이 변했다. 저원가와 차별화를 동시에 이루어야 하는 상황이 온 것이다. 변덕스럽고 까다로운 소비자의 취향에 맞추기 위해서는 어쩔 수가 없다.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모토롤러사는 휴대폰과 휴대용호출기의 세계적인 메이커로 다국적 기업이다. 이 회사는 휴대용 호출기의 각종 기능별 선택사양으로 1백만 가지가 넘는 제품조합을 보유하고 있다. 이같은 제품조합으로 개인단위의 주문생산이 가능한 것이 이 회사의 자랑이다. 소비자가 원하는 기능과 모양을 결정, 호출기를 주문하면 17분 후에 생산이 시작되고 2시간 이내에 배달로 연결된다. 소비자는 주문 후 늦어도 다음날이면 자신이 주문한 호출기를 손에 쥘 수 있는 것이다. ○저원가·차별화 동시추구 일본의 도요타(풍전)자동차도 비슷한 판매방식을 취하고 있다. 월요일 아침에 고객이 원하는 차종·엔진·색상·선택사양 등 각종 요구사항을 판매원에게 주문하면 금요일 하오까지는 그대로 차가 배달된다. 우리의 현실은 이미 만들어진 차 가운데서 하나를 골라 사야 하는 처지다. 경쟁에서 뒤지는 것은 당연하다. 이렇게 소비자의 취향과 선택, 예산에 맞는 제품을 생산해내는 능력을 요즘 용어로 「매스 커스터마이제이션」(Mass Customization:「대량개별화」로 번역)이라고 한다. 현재 각광받고 있는 다품종 소량생산보다 한걸음 더 나아간 개인수준에서의 주문생산이다. 「매스 커스터마이제이션」이라는 말은 「인공+지능」이나 「왕+새우」처럼 전통적인 사고의 틀에서 보면 서로 모순되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대량 생산」(Mass Production)과 「주문생산」(Customization)의 뜻을 대비하면 보다 확실해진다. 「대량생산」은 표준화된 제품을 많이 생산해 시간과 비용을 절감하는 방식이다. 반면 「주문생산」은 시간과 비용을 들이더라도 개개의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을 생산해 내는 방식이다. 근본적으로 정반대의 개념이다. 「매스 커스터마이제이션」은 이 두 개념을 경제적으로 통합한 것이다. 「매스 커스터마이제이션」은 제조업뿐만 아니라 서비스업에서도 새로운 지평이다. 그 핵심은 원가의 증가 없이 다양성과 고객화를 확대하는 것이다. ○개인취향 주문생산 시대 선진국에서 「매스 커스터마이제이션」의 바람이 일기 시작한 것은 고객욕구의 변화와 구조적 변화에 기인한다. 현대사회에 있어서 고객의 욕구는 예측이 불가능할 정도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예전에는 제품을 살 때 가격이나 품질, 모양(패션) 가운데 하나에만 만족하면 됐으나 지금은 세가지 모두가 충족돼야 한다. 만약 고객의 욕구가 세분화되면서도 아주 느리게 변화한다면 기업들은 표준화된 상품·긴 수명주기와 개발주기·규모의 경제 같은 방식을 계속 유지할 수 있다. 그러나 요즘처럼 욕구가 빠르게 변화할 경우엔 이 방식은 무너질 수밖에 없다. ○표준화제품 강요는 옛말 구조적 변화의 요인에는 구매자의 힘, 시장의 포화 정도, 대체상품에 대한 취약성의 정도, 상품 수명주기, 제품기술의 변화속도 등이 있다. 구매자의 힘이 커질수록 기업은 고객의 욕구에 더 잘 대응해야 하기 때문에 대량생산방식이 버틸 수 있는 여지는 줄어들게 된다. 고객이 가장 바라는 것이 낮은 가격일 경우에는 가격으로 경쟁해야 한다. 반면 다양성을 중시할 경우 차별화·다양성으로 맞서야 한다. 「매스 커스터마이제이션」은 서비스 산업에도 적용된다. 획일적인 서비스가 아닌 고객 개개인의 필요와 취향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뜻이다. 캐나다의 저니스 엔드(Journey’s End)라는 모텔체인은 고객이 머물고 갈 때마다 자사의 정보 데이터베이스에 고객에 관한 정보를 입력해놓고 있다. 따라서 어떤 고객이 다시 이 모텔체인 중 어느 곳에 예약을 해오더라도 그 고객의 취향에 맞는 방과 서비스를 해줄 수 있는 것이다. 고객으로서는 이런저런 것에 신경을 쓰지 않아서 좋고 회사로서는 불필요한 낭비를 하지 않아 득이 된다. 한국의 소비자는 아직도 표준화된 제품의 구매를 강요받고 있는 실정이다. 시장은 완전 개방돼 외국기업이 물밀듯이 들어오고 있으나 우리기업들의 판매방식은 예나 이제나 마찬가지다. 그러니 외국기업에 고객을 빼앗길 수밖에 없다. 「매스 커스터마이제이션」 개념은 우리기업들이 지금 곧 도입해야 할 경영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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