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대통령 당선자 중심 신인도 제고 집중하라”원화의 대미달러 환율이 23일 한때 2천원을 돌파했다. 이미 변동제한폭이 없어진 상태여서 앞으로 환율이 어떤 움직임을 보일지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다. 외환시장이 이처럼 혼미상태에 빠진 원인과 대처방안에 대해 전문가의 의견을 들어본다.
◎일사불란하게 대처 미일 등 지원받아야
◇이덕훈 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오늘의 환율 폭등은 아주 심각한 조짐으로 받아들여진다. 사람으로 치면 열이 40도까지 오르는 것과 같은 양상이다.
급작스런 환율 급등에서 볼 수 있듯이 연말이 다가오면서 전세계 금융조직이 우리나라와의 거래를 기피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단기채권 만기를 연장하지 못하고 오히려 크레디트 라인 자체가 끊어지는 것이다.
이처럼 외환 수급사정이 호전되지 않는 것은 현 상황에 대한 우리의 대처가 너무 미흡하기 때문이다. 지금은 전쟁보다도 무서운 상황이라고 볼 수 있는데 우리나라는 한 사령탑을 중심으로 일사불란하게 대처하는게 아니라 전문가·비전문가 할 것 없이 제각각 뛰고 있는 실정이다.
이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차기 대통령에 대한 국제적 신인도를 좀 더 제고하는 일이다. 차기 대통령이 미국과 일본 정부의 전폭적 지지를 받아야 여타국 상업은행의 우리나라에 대한 신뢰도를 함께 끌어올릴 수 있다.
◎신뢰얻을 개혁 시급 약속만 말고 실천을
◇정순원 현대경제사회연구원 상무=외환시장이 극도로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결국 외화유입과 채무재연장이 이루어지지 않은데 기인한다. 과거 만기도래한 채무중 30∼40%씩은 만기 연장이 가능했는데 최근엔 10%정도 밖에 안되는 것으로 알려지는 등 외화부족이 예상보다 심각한 상황으로 보인다.
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선 결국 외국인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을만한 개혁조치가 필요하다. 외환시장 동향을 살펴보면 최근 정부가 신인도 제공을 위해 취한 조치들이 외국인들의 기대에는 못 미쳤음을 알 수 있다.
가령 부실금융기관 처리문제 등에 있어서 투명성을 제고하고 IMF가 요구하는 조건을 충실히 이행해야 한다. 약속만 하지 말고 실천에 옮겨야 하는 것이다. 지금 외국인들 사이에선 한국 사람이 말로만 약속하고 실천하지 않는다는 인식이 팽배, 우리가 무슨 말을 해도 신뢰를 살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신인도 제고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부실기업 처리 등과 관련, 외국인의 기대에 맞는 행동을 보여준다면 우리나라에 대한 투자리스크를 낮추고 달러를 끌어들일 수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는 이에 대한 노력이 미흡했던 것으로 판단된다.
◎환율 안정세만 타면 투기자금 기세 꺾여
◇온기운 산업연구원 동향분석실장=시기적으로 12월 하순이라는 외화 수요가 집중되는 시기에 외환보유액이 부족하므로 환율이 오르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즉 환율이 이처럼 폭등하는 것은 외화 수급의 심한 불균형 때문이다.
그러나 외화조달을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방법은 많지 않다. 이미 변동환율제한폭을 없애고 채권시장을 조기개방하는 등 정부가 외환시장 안정을 위한 여러 조치를 내놓았음에도 불구, 시장에서 이같은 조치가 먹혀들어가지 않고 있다. 사실 지금까지의 개혁조치가 미흡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우리나라에 대한 신용기관 평가는 더욱 낮아졌고 외환시장은 요동치고 있다.
다시말해 이미 상황은 우리 손에 달려있지 않다. 결국 우리가 달러화를 조달할 수 있을지의 여부는 외국 금융기관 및 정부와의 협상 여부에 달려 있다.
문제되는 것은 외화 추가공급을 위한 외국과의 교섭기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점이다. 휴가철을 앞두고 외국 은행들의 개점기간이 며칠 남지않은 상황에서 연말까지 필요한 외화 상환분을 추가적으로 얻어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따라서 미국, 일본 등 외국 금융기관들이 휴가에 들어가기 전에 달러를 빌릴 수 있도록 긴급 조치가 필요하다.
지금이 이번 위기의 고비다. 지금이라도 채무상환 연기에 대한 동의만 이루어지면 외환시장은 안정을 되찾을 것이며 한번 안정세를 타기 시작하면 현재 달러강세를 유도하는 투기적 자금의 기승도 한풀 꺾일 것으로 기대한다.<신경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