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전력 컨트롤타워가 이러니...

20일 오전. 출근 후 노트북을 켠 기자에게 수신 시각이 오전1시46분으로 찍힌 한 통의 메일이 날라와 있었다. 한국전력거래소의 해명자료. 전날 지식경제부 국정감사에서 염명천 전력거래소 이사장의'깜짝 발언'을 뒤집은 내용이다. 염 이사장은 국감에서"9월15일 이전에도 예비력이 100만kw 이하로 떨어진 적이 몇 차례 있었다"라고 말했다. 이는 국내 전력수급이 겉으로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내부적으로'심각'단계까지 치달은 적이 있었다는 것을 의미해 의원들을 크게 놀라게 했다. 하지만 이런 중차대한 발언이 불과 몇 시간 후에 전력거래소의 자체 조사결과'근거 없음'으로 뒤바뀌었다. 결국 전력거래소의 최고 수장이 대한민국을 올스톱 시킬뻔했다는 엄청난 폭탄발언을 별다른 고민 없이 부정확한 기억력에 의존해 내뱉은 셈이다. 지난 15일 수많은 국민들이 정전 사태로 엄청난 혼란과 피해를 입었다. 따라서 이제 전력거래소는 근본적인 책임론에 이어 수장의 신중치 못한 답변으로 국민들을 또다시 혼란스럽게 만들었다는 비난까지 더해질 판이다. 전력거래소의 말 바꾸기는 이 뿐이 아니다. 15일 대규모 정전사태가 터진 후에는 미숙한 발표와 대응으로 혼선을 더해주고 있다. 당일에는 최저 예비력이 343만kw라고 했다가 이튿날에는 148만kw로 정정했고 급기야 이후에는 실제 예비력이 24만kw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더구나 전력거래소는 사고 당일 비상수급 메뉴얼만 잘 지켰더라도 정전 사태를 피할 수 있는 몇 번의 기회가 있었지만 늑장보고와 '양치기 소년'식의 안일한 대처로 날려 버려 공분을 사고 있는 형국이다. 물론 이를 지휘 감독하고 있는 지경부도 단순히 과장의 책상 위에 놓인 전력수급 모니터에만 의존한 채 실질적인 전력 예비력 현황을 파악하지 못한 무능함도 응당 비판 받아야 한다. 전력거래소는 우리나라 경제의 핏줄이라고 할 수 있는 전력수급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고 있지만 이제 그 존립까지 위협받고 있다. 이미 소는 잃었지만 외양간이라도 제대로 고쳐야 한다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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