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저널(WSJ)은 25일(현지시간) "네타냐후 총리를 향한 미 고위급 외교 채널의 시선이 날이 갈수록 신랄해지고 있다"며 "오랜 기간 쌓아온 양국 동맹관계가 역사적으로 가장 헐거운 수준"이라고 보도했다.
양국 간 불협화음이 최근 수면 위로 떠오른 데는 다음달 3일 네타냐후 총리의 미 의회연설 계획이 알려진 게 직접적 계기가 됐다. 공화당 출신인 존 베이너 미 하원의장의 의회연설 요청을 네타냐후 총리가 백악관과의 조율 없이 수락한 데 대해 오바마 대통령 측이 노골적인 불만을 표출했고 전날 수전 라이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미 PBS방송에 출연해 "단순한 불행을 넘어 양국 관계에 파괴적인 일"이라고까지 비난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조만간 실시될 이스라엘 총선(3월17일)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를 들어 네타냐후 총리의 방미일정 동안 양국 정상회담을 하지 않겠다고 일찌감치 공언한 상태다.
네타냐후 총리가 오바마 대통령과의 관계악화를 무릅쓰고 미 의회연설을 강행하려 하는 이유에는 최근 주요6개국(유엔안전보장이사회 5개 상임이사국+독일)과 이란 간에 진행 중인 핵협상에 대한 불만이 있다. 이란의 우라늄 농축 원천봉쇄를 요구하고 있는 이스라엘 정부의 바람과 달리 이란의 핵 물질 접근을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쪽으로 관련 협상이 진행되고 있는 데 대해 네타냐후 총리가 공개적 반대 의사를 표명하는 자리로 미 의회를 활용하려 한다는 것이다. 그는 이날 예루살렘 외곽에서 열린 집권 리쿠르당 회의에서 "열강이 이란과 핵협상을 진행하며 이란의 핵무기 개발 저지를 포기했다"고 비난하면서 "내가 베이너 의장의 연설 요청을 수락한 유일한 이유는 내 조국의 생존을 위협할 수 있는 이란 핵협상에 대한 이스라엘의 우려를 전달하기 위함"이라고 말했다.
반면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은 이날 하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에서 출석해 "이란은 현행 국제조약에 따라 영원히 핵무기 개발이 금지될 것"이라며 "(네타냐후 총리가) 이번엔 옳지 않은 판단을 하고 있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