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8월 12일] 주공·토공 통합이 능사인가

11일 기획재정부에서 주택공사와 토지공사의 통폐합 및 기능조정을 추진한다는 내용을 포함하여 41개 기관에 대한 공기업 선진화 방안 1차 발표가 있었다. 최근 양 기관 통합문제를 둘러싸고 정치권이나 지역간에도 논란이 많아 보다 면밀한 검토를 위해 발표를 뒤로 미룬다는 언론보도와 달리 기획재정부에서 서둘러 발표한 것은 공기업 개혁의 상징성이 있는 양 기관 통합을 기정사실화 하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시각도 있다고 들었다. 과연 주택 공기업과 토지 공기업을 한 회사로 합치는 것이 정책목표를 더 효율적으로 달성하는 최상의 방법일까. 주공ㆍ토공이 집 장사, 땅 장사라고 비난 받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서민주택의 공급과 관리, 국토의 효율적 개발과 이용이라는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지 못했다는 질책일 것이다. 공기업 민영화가 당초 계획과 달리 제대로 잘 풀리지 않는 터에 이전 정부와 차별되게 국민들에게 인기 없는 공기업을 통폐합한다는 것은 정부로서 매력적인 일임에 분명하다. 그러나 인기 있는 정책이 옳은 정책은 아니다. 당장 정권에 유리한 듯이 보이는 정책이 장기적으로 국가에 이익이 되는지도 꼼꼼히 따져야 한다. 두 기관의 통합을 주장하는 근거가 박약해 보이기 때문이다. 근거가 부족한 정책을 무리하게 추진하다 생긴 비용은 다른 누가 아닌 국민이 지불해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두 기관이 통합해야 한다는 주장의 가장 큰 논리는 중복기능을 조정하여 경영을 효율화 한다는 것이다. 법률상 두 기관의 참여 가능한 업무가 여럿 겹치기 때문에 기능이 중복되었다는 것이다. 중복기능이 겉에서 보는 것과 달리 그리 많은 것도 아니지만, 일부 기능이 중복된다고 해도 통합이 능사는 아니다. 기본적으로 주공과 토공은 ‘핵심’기능의 내용과 존립에 따른 논리가 다르다. 주공의 핵심 기능은 주거 ‘복지’인 반면 토공의 핵심 기능은 토지개발ㆍ이용의 ‘효율화’다. 전자는 ‘분배’를 지향하고 후자는 ‘성장’과 관련된다. 이렇게 내용과 가치가 다른 두 기관을 무작정 통합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주거복지를 포기하고 토지의 효율적 이용도 어렵게 하는 것이다. 지금은 두 공사의 통합 논의가 아니라 오히려 주거복지와 토지정책의 체계를 재정립하고 큰 틀에서 방향을 설정해야 할 시기다. 기능 재정립의 방향과 관련한 바람직한 논의를 위해 토공과 주공의 기능 및 역할을 다음과 같이 제시할 수 있다. 토공의 역할은 택지ㆍ산업용지ㆍ도시용지 등 다양한 용도 토지의 공급과 효율적 이용을 통해 경제 성장을 도모하는 것이다. 이와 함께 공공사업에 필요한 용지를 사전에 매입해 비축하고 적절한 시기에 공급하는 토지은행제도를 통해 시장조절 기능을 담당하도록 해야 한다. 주공은 서민주택의 공급과 관리라는 본연의 임무 수행을 위해 시대에 맞게 조직 위상을 전면적으로 조정해야 한다. 그동안 정부의 주거복지실현 노력에도 불구하고 수혜계층이 피부로 느끼는 정책 체감도가 낮았으며 서비스 체계 구축에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바우처제도 도입, 소득계층별 차등임대료 시행 등은 물량 위주의 임대주택공급에 미시적 정책조정이 필요함을 반증한다. 이런 측면에서 주거복지공단 등으로 전환하여 더 적극적인 공적 부조체계를 정립하고 서비스 체계를 재구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 과정에서 양 공사는 부차적 기능들을 과감하게 정리하고 본연의 고유 업무에 집중하기 위한 과감한 구조조정을 단행해야 할 것이다. 아무쪼록 국민들이 새 정부에 바라는 것은 양 기관을 통합시켰다는 외형적인 성과를 보여 달라는 것이 아니라 양 기관을 어떻게 하면 제대로 개혁해서 땅값ㆍ집값을 낮추고 보다 투명하게 국민경제와 복지향상에 기여하도록 하느냐 하는 실질적 혜택을 보여 달라는 것임을 명심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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