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이 내년 국내외 자산운용사를 통해 사모투자회사(PEF)와 부동산, 주식 부문에 대한 투자를 크게 늘릴 것으로 보인다.
17일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내년 말까지 총 152조5,000억원을 국내외 자산운용사에 위탁 운용하기로 했다. 이는 지난 9월 말 현재 위탁운용 규모(115조6,000억원)보다 37조원가량 증가한 것이다.
보통 국민연금은 외부 투자전문가들의 전문성을 활용하고 투자의사 결정의 분권화 등을 위해 외부 자산운용사를 선정해 기금 일부를 맡기고 있다. 2011년에는 전체 금융자산의 27.4%를 외부에 위탁했고 올해 말 목표치는 33.3%다. 내년에는 이 비중을 35.4%로 올해보다 2.1%포인트 늘린다는 방침이다.
자산별로는 국내주식과 해외주식, 대체투자 부문의 위탁자금 규모가 큰 폭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 국내주식과 대체투자 위탁 규모는 올 9월 말보다 각각 13조4,000억원, 14조5,000억원이 증가하게 되고 같은 기간 해외주식은 25조원에서 34조2,000억원으로 9조원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지난해와 올해의 경우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과 경기회복 지연으로 국민연금의 실제 위탁운용 비중이 당초 제시했던 목표치를 밑돌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내년에도 직접 운용 비중이 다소 늘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지난해 국민연금은 연말 목표 위탁 비중을 29.9%로 제시했으나 실제 비중은 27.4%에 그쳤다. 특히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 등 대외 불확실성 증가로 국내 주식 직접투자 비중을 늘리면서 위탁 운용 비중이 당초 목표치인 55%에서 50.4%로 크게 낮아졌고 대체투자ㆍ해외채권 등 대부분의 실제 위탁운용 비중이 목표치를 크게 밑돌았다. 올해 역시 9월 말을 기준으로 국내주식ㆍ해외채권ㆍ대체투자 등 거의 전 부문에서 위탁운용 규모가 목표치에 미달했다. 한 자산운용사 연기금 운용 담당자는 "보통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직접 투자하는 자금은 대형 우량주 중심의 인덱스형으로 안정적으로 운용되기 때문에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질 때는 직접 투자 비중을 늘리는 경우가 많다"며 "특히 국내 주식시장에서 국민연금의 비중이 2년 연속 5%를 웃돌고 있어 시장 영향력을 최소화한다는 판단 아래 직접 운용 비중을 목표치보다 늘릴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내 주식시장에서 국민연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9년 3.57%에서 2010년 4.3%, 2011년 5.44%, 2012년(9월 말 기준) 5.56%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서도 중위험ㆍ중수익 투자처에 대한 수요가 커지면서 PEF와 국내외 부동산 등 대체투자 부문에 대한 위탁 운용 규모는 크게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특히 국민연금이 국내기업과 1대1 매칭펀드 형태로 투자하는 코퍼릿 파트너십 펀드 결성에 적극 나서는 등 PEF 투자 규모를 꾸준히 늘리고 있어 내년에도 이 같은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됐다.
내년 말이면 설립 2주년을 맞게 되는 한국형 헤지펀드에도 자금이 집행될지 관심을 모으고 있지만 운용규정 개정 등의 절차가 남아 있어 실제 투자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업계에서는 트랙레코드가 쌓인 해외 재간접 헤지펀드에 먼저 투자한 우정사업본부 등 주요 연기금의 선례와 마찬가지로 글로벌 헤지펀드 투자에 우선 나설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치고 있다. 또 투자에 나서더라도 투자 규모를 최소화할 것으로 전망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