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이달의 과학기술자상] 잘 깨지지 않는 '생체 세라믹' 개발

이병택 순천향대 의대 의공학교실 교수

이병택(오른쪽) 교수가 순천향대 의공학교실 연구원들과 세라믹 소재 관련 실험을 하고 있다.

세라믹(ceramics)은 건축용 벽돌이나 도자기 재료에서부터 우주왕복선의 내열성 타일에 이르기까지 쓰임새가 매우 다양하다. 내구성이 뛰어나고 열에도 잘 견디는 속성 때문이다. 또 다양한 전자기ㆍ기계ㆍ광학적 기능을 갖고 있어 컴퓨터의 기억소자나 반도체, 절삭공구, 고압램프, 컬러TV 발광체 소재 등으로도 쓰인다. 한마디로 산업소재 분야의 ‘약방의 감초’다. 최근에는 인공뼈나 치과 재료, 인공관절 제조에도 사용되는 등 활용 범위가 더욱 확대되고 있다. '다중압출 성형 공정기술'로 강도·인성 크게 개선
뼈이식제등 개발에 응용, 생체소재 국산화 기여
조직공학기술 활용 항혈전 스텐트등 연구도 주력
이처럼 활용도가 무궁무진한 세라믹도 치명적인 약점을 갖고 있다. 바로 힘을 가했다 제거하면 원래대로 모양이 되돌아오는 소성변형을 보이지 않고 파괴되는 성질이다. 이러한 취성(脆性ㆍ잘 깨지는 성질)을 극복하고 인성(靭性ㆍ아주 질긴 성질)을 높이는 소재성형 공정기술을 개발하는 것은 재료공학 분야의 오랜 과제 중 하나였다. 이병택 순천향대 의대 의공학교실 교수는 세라믹 소재의 취성을 혁신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다중압출성형 공정기술’을 개발, 인공뼈나 각종 산업소재에 응용이 가능한 고강도ㆍ고인성 세라믹 소재를 만드는 데 성공해 주목을 받고 있다. ◇세라믹 소재의 강도ㆍ인성 크게 향상시켜=세라믹의 공업적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파괴강도와 파괴인성을 동시에 개선시켜야 한다. 하지만 세라믹은 이 두 성질이 역비례관계에 있어 좀처럼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이 교수는 대나무에서 해답을 찾았다. 대나무가 섬유상과 연속기공조직을 갖고 있어 외부의 충격을 잘 흡수하는 유연성과 잘 부러지지 않는 성질을 지니고 있다는 데 착안한 것. 세라믹 재료도 대나무처럼 섬유상 조직으로 제어되면 기계적 특성이 우수한 소재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압출조건과 횟수를 조절해 세라믹 원료를 균일한 연속섬유조직과 연속기공구조로 제어하는 다중압출 공정기술(Fibrous Monolithic ProcessㆍFM공정)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이 공정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먼저 나노세라믹분말과 고분자바인더를 전단혼합기를 이용해 균일하게 혼합한 후 봉이나 튜브상으로 압출한다. 이후 이들을 합쳐 열간압출을 하게 되면 압출비 조절에 따라 미세한 핵(core), 세포(cell) 구조의 필라멘트(filamentㆍ긴 섬유)가 만들어진다. 이러한 공정 과정에서 압출온도와 압력ㆍ속도 등의 요소를 최적화하면 균일한 섬유조직이 얻어진다. 이렇게 얻어진 필라멘트를 모아서 4~5회 정도 다시 압출을 하게 되면 조직이 점점 더 미세화되면서 조직적 제어가 가능해진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 미세섬유조직은 종ㆍ횡 방향으로 균일한 배열구조를 갖기 때문에 충격에 잘 파괴되지 않는다. 이 교수는 이 다중압출 공정을 이용, 미세조직을 제어한 후 연속기공 및 그물망구조를 갖는 다공질체를 제조할 수 있는 기술도 확립했다. 또 열충격에 대한 저항과 단열 특성을 크게 향상시킨 경사기공 생체소재를 개발하는 데도 성공했다. 이러한 기술과 소재는 생체친화성이 뛰어난 인공뼈나 인공고관절을 만드는 핵심 원천기술로 평가 받고 있다. ◇근골격제 생체소재 국산화에 기여할 듯=최근 들어 고령화와 산업재해ㆍ교통사고의 증가로 인공뼈 등 생체재료의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추세다. 하지만 국내 생체재료 연구기술은 아직 초기단계에 머물러 있어 이들 생체재료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현재 국내 인공근골격계 뼈이식제 시장 규모는 약 1,200억원에 이른다. 특히 정형ㆍ신경ㆍ성형외과를 비롯해 치과용 임플란트 시술 등에서 사람의 천연뼈와 유사한 조성의 인공뼈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이들 소재가 1g당 10만원 이상의 고부가가치 소재임에도 불구하고 국내의 경우 대부분 수입제품에 의존하고 있다. 이 교수가 다중압출 공정을 통해 개발한 고강도ㆍ고인성 생체세라믹 소재는 정형외과용 인공관절이나 신경외과용 두개골, 치과용 임플란트 소재로의 응용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비교적 큰 하중이 요구되는 정형외과용의 고기능성 뼈이식제를 개발하는 데 성공, 전문의료기업에 기술이전해 식품의약품안전청의 승인 절차를 밟고 있다. 이 교수는 “개발된 뼈이식제를 동물에 이식한 뒤 골밀도와 기계적 강도를 관찰한 결과 대조군에 비해 뼈이식제 이식 부위에 단위 면적당 약 3배가량의 새로운 뼈가 치밀하게 형성된 것을 확인했다”면서 “생체친화성뿐 아니라 뼈세포의 부착과 뼈 형성 유도능력이 우수한 생체재료라는 점이 입증된 셈”이라고 말했다. 다중압출 공정기술은 고기능성 뼈이식제뿐 아니라 생분해성 본 플레이트 등 근골격계 생체소재와 최근 주목을 받고 있는 환경 세라믹 필터, 기능성 하이브리드 멤브레인 등 수질ㆍ대기정화용 환경소재 분야에도 활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 고집적ㆍ고출력의 초소형 고체연료전지(SOFC) 제작을 위한 양극ㆍ음극의 두 전극과 전해질을 동시에 성형ㆍ집전할 수 있는 공정기술로도 인정 받고 있다. 이 교수는 현재 조직공학기술을 이용한 관상동맥용 소구경 인공혈관 개발과 새로운 개념의 항혈전 스텐트 개발 연구에도 힘을 쏟고 있다. 지방대학의 어려운 연구환경에도 불구하고 지난 2002년부터 교육과학기술부의 국가지정연구실(NRL)사업을 수행하며 최근 3년간 57편의 국제 SCI 논문과 22편의 국내 논문을 게재하는 등 국내외 생체재료 연구 분야를 이끌고 있다. 1986년 충남대 재료공학과를 졸업한 이 교수는 일본 도호쿠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공주대 신소재공학부 교수를 거쳐 2007년부터 순천향대 의대 의공학교실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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