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물가, 환율정책으로 잡아라


최근 들어 국내외 금융시장이 다시 혼란스러워졌다. 그리스∙포르투갈∙아일랜드 등 유럽국가의 재정적자가 줄어들 가능성이 보이지 않으면서 변동성이 커진 것이다. 일시적으로 하락세를 보였던 원∙달러 환율은 다시 상승해 1080원 선을 넘나들고 있으며 주가지수도 유럽 재정위기 가능성 및 경기회복 지연에 대한 우려로 조정을 받고 있다. 환율 하락해도 대기업 타격 적어 그러나 현시점에서 우리나라 경제의 가장 심각한 문제는 물가상승으로 봐야 할 것이다. 최근 소비자 물가상승률은 4.1%를 기록하였는데 하반기에는 전기∙수도∙지하철 요금 등의 공공요금 인상이 예정돼 있어 더욱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삼겹살∙자장면 등과 같은 소비자의 일상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는 외식물가는 소비자물가의 2배를 넘어서고 있다. 이와 같은 물가급등이 계속되자 우리나라의 실질소득은 1∙4분기에 지난해 대비 0.9% 하락해 2분기 연속 하락을 기록했다. 일반 서민의 경제생활이 어려워지면 전세계 1위를 기록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자살률이 줄어들기를 기대하는 것은 더욱 힘들 것이다. 또한 며칠 전부터는 반값 등록금 시위가 정치이슈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등록금 문제가 이와 같은 큰 문제로 확대된 이유 중 하나는 물가상승과 양극화 현상에 따른 불만감이 우리 사회에 누적돼 왔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더 심각한 상황으로 몰리기 전에 정부로서는 이에 대한 대책을 세워야 할 시점이다. 정부는 물가관리를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상황이지만 정책수단이 마땅하게 존재하지 않는 데 문제가 있다. 일반적으로 물가상승 압력이 커지면 한국은행은 금리를 인상한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우리나라의 경제회복이 충분하게 이뤄지지 못했고 가계부채는 장기간의 저금리로 크게 급증해 사상 처음으로 800조원을 돌파했다. 만약 금리가 크게 상승하면 경기불황의 장기화와 가계파산의 위험성이 발생하는 것이다. 앞으로 한국은행은 소폭의 금리인상을 실시할 가능성은 있지만 물가상승 기조에 영향을 줄 정도의 인상은 불가능할 것이다. 정부가 물가안정을 위해 활용할 수 있는 정책수단은 이제 환율 외에는 뚜렷하게 보이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면 수출경쟁력이 확보돼 무역수지 흑자를 얻는 데는 도움이 되지만 물가에는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게 되면 먼저 수입물가가 상승한다. 수입물가가 상승하면 무역의존도가 80%를 넘고 있는 우리나라의 경우 소비자 물가가 거의 그대로 영향을 받는다. 소비자물가의 상승은 일반 국민의 생활에 직접 영향을 미쳐 상대적인 박탈감에 시달리게 한다. 따라서 환율정책의 근본적인 전환이 필요하다. 무역수지 흑자를 유지하기 위해 원∙달러 환율을 높게 유지해야 한다는 일부 정책당국자의 견해는 실제상황의 심각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데서 비롯된 것인지도 모른다. 무역흑자보단 물가안정이 우선 소비자물가의 상승은 고소득층보다는 저소득층의 고통을 증가시킨다. 따라서 정부는 소득양극화에 따른 고통을 줄이는 측면에서도 물가를 잡는 데 노력해야 한다. 지난 2008년 초와 비교할 경우 원∙달러 환율은 935원에서 1,081원으로 16% 상승한 반면에 엔∙달러 환율은 107엔에서 80엔으로 24% 하락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기업인 현대자동차와 삼성전자는 역대 최고의 해외 매출 및 수익을 기록하며 수조원의 현금자산을 쌓아두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어느 정도 하락해도 충분히 감내할 수 있는 체질을 갖추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 정부는 환율정책의 목표를 기업의 수출경쟁력 확보에 두기 보다는 일반 서민들의 생활에 큰 고통을 주고 있는 물가를 잡는 것으로 전환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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