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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의 창] 투자하고 싶은 유럽

이용훈 신한금융투자 해외주식팀장


요즘 TV의 모 항공사 광고물을 보니 '내가 사랑한 유럽'이라는 테마로 몇몇 국가들의 그림 같은 장면이 영화처럼 흘러나온다. 시간과 돈만 허락된다면 유럽은 각 지역마다 역사와 문화를 잘 간직하고 있어 사람들이 가고 싶은 여행지 1순위가 아닐까 싶다.


하지만 2008년 9월 필자가 런던에 첫 출근하던 날 아침 모 경제지의 톱기사로 '리먼브러더스 부도(Lehman Brothers Collapse)'가 나던 당시엔 느낌이 매우 달랐다. 이를 시작으로 유럽은 전 세계 증시에, 그리고 대부분의 투자자에게 '내가 증오하는 유럽'으로 호칭이 바뀌었을 것 같다. 영국의 가장 큰 은행 중 하나인 로이드뱅킹그룹(Lloyds Banking Group, LLOY LN)의 주가는 무려 93% 이상 하락했고 유로 스톡스 은행지수(SX7E index)는 82% 급락했다. 금융시장의 신용 쇼크에 따른 이벤트로 주가는 땅에 떨어졌고 런던 금융가 '씨티'의 많은 뱅커가 직장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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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후 7년이 흘렀다. 미국과 달리 유럽다운 방식으로 금융위기를 해결해온 유럽 증시에는 완연한 회복세가 흐른다. 영국의 FTSE100과 독일 DAX지수는 사상 최고치를 갈아 치우고 있고 스페인·이탈리아 등 남유럽 국가의 회복세도 두드러진다. 73.06까지 떨어졌던 유로 스톡스 은행지수(SX7E index)는 지난 2년간 약 110% 상승하며 152.9를 기록하고 있으며 정부가 약 32% 지분을 보유한 로이드뱅킹그룹의 주가는 한때 21펜스(약 370원)까지 떨어졌으나 최근 2년 새 220% 이상 상승하며 82.5펜스(약 1,460원)를 기록하고 있다.

주식이 매력적이려면 세 가지를 갖춰야 한다. 금리가 낮거나, 기업이익이 늘거나, 주가가 싸야 한다. 유럽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0.25%로 유지하고 있다. 영국의 중앙은행은 부동산 경기 과열에 따른 압박으로 금리 인상이 예상됐으나 현행 0.5%로 기준금리를 동결시켰다. 기업들의 매출액은 경기 회복에 힘입어 지난 4·4분기 2.3% 증가했고 유로존으로의 자금 유입에 따라 주가가 꾸준히 올라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독일·스페인 등이 모두 금융위기 전 수준을 넘어섰다. 올해 유로존 경제의 1% 이상 성장을 예상하므로 기업들의 EPS 회복과 추가 주가 상승도 기대된다.

광고 속 내가 사랑한 유럽에는 가보고 싶은 나라가 너무 많다. 지금 유럽 증시에서 포트폴리오에 담고 싶은 개별 주식도 너무 많다. 종목별 거래 통화도 다양하고 종목 선정에 어려움이 있다면 유럽 대표 종목을 포함하는 FTSE Developed Europed 지수를 추종하는 Vanguard FTSE Europe ETF(VGK US)에 투자해볼 수 있다. 네슬레·HSBC·로슈홀딩·노바티스·보다폰·BP 등 주로 영국·스위스·프랑스·독일의 대표 우량 기업들에 투자할 수 있는 효과를 볼 수 있다. 미 달러화로 거래되며 연간 약 2.78%의 배당수익률도 기대할 수 있어 PER가 다소 부담되는 미국 증시의 대안으로 고려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2014년 글로벌 증시에 유럽이 가장 사랑스러운 지역으로 기억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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