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국가보조금은 먼저 보는 사람이 임자?

복지분야 등 1700억대 유용·부정수급<br>검·경 3349명 입건… 127명 구속 기소


A씨는 담보물이 없어 해외농업개발기금 융자를 받을 수 없자 리조트 등을 무자본으로 인수한 기업사냥꾼 등과 결탁해 리조트를 담보로 제공한 후 한국농어촌공사로부터 해외농업개발기금 72억100만원을 융자 받았다. 그러나 A씨는 융자금을 기업사냥꾼과 절반씩 나눠 해외농업개발과는 무관한 개인 생활비 등으로 사용했다. A씨는 결국 보조금 유용이 들통나 최근 검찰에 의해 구속됐다. 시행사 대표인 B씨는 보조금 160억원 이상이 투입된 의성건강복지타운 조성 사업과 관련해 공사의 완성도를 나타내는 비율인 기성률을 조작하는 방식으로 18억원의 보조금을 빼낸 사실이 적발돼 재판에 넘겨졌다.

대검찰청과 경찰청은 지난 6월부터 국가보조금 관련 비리를 집중적으로 단속해 3,349명을 입건하고 이 가운데 127명을 구속 기소했다고 8일 밝혔다. 3,222명은 불구속 기소됐다. 이들이 부당지급받거나 유용한 보조금은 1,700억원에 달했다.


보조금비리는 보건과 복지, 고용, 농수축산, 연구개발 등 보조금이 지급되는 거의 모든 분야에서 발생했는데 복지분야의 부정수급이 405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보조금은 국가나 지자체가 특정산업의 육성이나 기술 개발 등을 목적으로 시설과 운영자금 일부를 무상으로 제공하는 자금을 말한다.

그런데 지원 명목이 수백개에 달하고 사업별로 지원 요건이 다른데다 보조금 집행과정에 대한 검증 체계가 미비하다 보니 '먼저 차지하는 사람이 임자'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관리가 허술하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검·경은 집중단속 과정에서 중복수사를 방지하고 지역별 사정과 특수성을 감안할 수 있도록 수차례 공조회의를 개최하는 등 협업시스템을 구축했다. 검찰은 주로 고액 보조금 사업자 수사에 집중하고, 경찰은 대규모 수사인력을 필요로 하는 다수의 소액 부정수급자 위주 수사를 전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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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송파경찰서는 보육교사와 원생을 가짜로 등재하고 지출서류를 작성해 보조금과 특활비 94억원을 횡령한 어린이 집 원장 등 182명을 적발했다. 경북지방경찰성은 북한이탈주민 142명을 상대로 1인당 50만~200만원을 받고 허위 수료증을 발급한 뒤 정부의 직업훈련장려금 6억여원을 부정하게 타낸 직업훈련원 원장과 북한이탈 주민 44명을 입건했다.

국가 식량안보를 위한 국책사업기금인 해외 농업개발기금 100억원 이상을 속여 빼앗거나 유용한 6개 업체도 검찰 수사 끝에 덜미가 잡히기도 했다.

검·경은 앞으로 보조금 수사 공조체제를 부처 협업의 모범적 모델로 계속 유지·발전시키고 감사원이나 보건복지부, 국세청, 금감원, 각급 지방자치단체 등 유관기관과 더욱 긴밀한 협조체제를 구축할 예정이다. 특히 복지재정 누수방지를 위한 복지 분야 보조금 단속에 더욱 집중할 방침이다.

최근 감사원 감사결과 복지사업 부정수급으로 인한 예산 누수액이 3년간 6,6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밝혀지는 등 복지사업과 관련된 부정수급 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대검 관계자는 "보조금 범죄를 통해서는 어떠한 경제적 이익도 얻을 수 없다는 인식이 확고히 뿌리내리도록 보조금 범죄로 얻은 수익은 끝까지 추적해 철저하게 환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박성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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