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씨는 "출근할 때는 꼭 외출 모드로 하고 퇴근 후에만 온도를 높였는데도 20만원이 나왔다"며 "난방비가 무서워 최근에는 추워도 참으면서 보일러를 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전세를 장만할 만한 목돈이 없어 월세 집을 전전하는 20~30대 젊은 층은 최근 얇아진 주머니 사정 때문에 월세를 내기에도 허덕이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최근 수은주가 뚝 떨어지면서 난방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지만 난방비가 겁나 추위 속에 오들오들 떨고 있는 상황이다.
일부 원룸이나 하숙집 주인들은 월세에 공과금이 포함돼 있다는 이유로 높은 금액을 받고 정작 난방은 제대로 해주지 않거나 화재의 위험이 있다며 전기장판 등 난방기구를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경우도 있다.
직장인 배성진(32)씨는 48만원이라는 월세가 다소 부담스러운 금액이지만 전기세를 제외한 모든 공과금이 포함돼 있어 한겨울에도 난방비 걱정이 없다는 부동산 중개업자의 말에 지금의 원룸을 선택했다. 하지만 그 역시 추위에 떨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배씨는 "중앙난방이라 주인집이 난방을 틀어주는 서너 시간 동안을 제외하면 추위에 떨고 있다"며 "전기장판이나 전기난로를 쓰고 있지만 전기요금은 월세에 포함돼 있지 않아 사실상 월세 부담만 더 늘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난방은 제대로 해주지 않으면서 궁여지책으로 전기난방 기구를 쓰는 것까지 막는 야박한 집주인도 있다.
서울역 부근의 하숙집에서 지내는 김지윤(24)씨는 "주인집은 누전의 위험이 있다며 전기장판을 금지했지만 결국은 전기세가 무서워서 아니겠느냐"며 "난방용품을 사용하지 못하게 할 거면 보일러라도 제대로 틀어주면 좋겠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집 자체가 오래되고 낡아 난방을 틀어도 따뜻하지 않거나 외풍이 심한 기준미달 원룸이 많다는 점도 문제다.
취업준비생 정재경(28)씨는 보증금이 없는 낡은 반지하 주택에서 1년째 살고 있다. 여름철에는 빗물이 벽에 스며들어 곰팡이가 속을 썩이더니 이제는 습기가 얼어붙어 집안이 냉기로 가득하다. "이불을 여러 겹 덮고 수면 양말에 두꺼운 후드티까지 중무장을 하고 잠자리에 들지만 아침이 되면 코끝이 시려 얼얼할 정도"라고 말했다.
지난 10월16일 국회 기획재정부 국정감사에서 청년주거복지운동 시민단체인 민달팽이 유니온이 발표한 청년 주거빈곤 보고서에 따르면 2010년 인구주택 총조사 자료를 기준으로 20~35세 청년들의 주거 빈곤율은 23.6%, 28만1,000명에 달했다. 이는 전체 국민 가운데 주거빈곤 인구가 13%, 가족 등과 함께 거주하는 청년의 경우 14.7%인 것과 비교하면 높은 수치다.
상황이 이렇자 인터넷상에는 '난방비 절약 방법'을 찾는 ''들이 많다. "지난해 난방비 폭탄 맞았는데 올해는 어떻게 해야 난방비 아낄 수 있을까요?"와 같은 글들에는 "가능한 온도를 낮게 설정하세요" "같은 시간 가동하더라도 난방보다 온수를 사용할 때가 소모량이 많으니 온수 사용량을 줄여야 합니다"와 같은 보일러 사용 노하우부터 "뽁뽁이(단열 에어캡)를 창문에 붙이거나 커튼을 치면 외풍을 막을 수 있어요" 같은 생활 정보까지 공유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