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남북경협시대, 과제는] 단계별 수순 밟아야 "SOC·특구중심 먼저 물꼬 트는게 중요" '마셜플랜' 같은 일방적 대규모 지원 문제조급한 민간자본 조달 추진계획도 삼가야 이철균 기자 fusioncj@sed.co.kr "(북한에) '자꾸만 퍼준다'는 비난을 많이 듣는데 미국이 전후(戰後)에 취한 정책과 투자 중 가장 효과적인 것이 마셜플랜이다." (노무현 대통령, 2월15일 이탈리아 방문 중 동포간담회 발언 중) "개성공단의 성과를 얘기할 때 북측 체제를 존중하는 용의 주도한 배려가 있어야 한다." "개혁과 개방이라는 용어에 대한 불신감과 거부감을 회담에서 느꼈다."(노 대통령, 10월3일 정상회담 둘째 날 오찬 중)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노 대통령의 대북경협에 대한 시각의 변화를 감지할 수 있는 발언들이다. 북한이 남한의 경제지원에 대해 이중적인 태도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대북경협이 남측 주도로 일방적으로 진행될 때 남한 내부의 반발은 고사하고 북한의 반발도 예상된다. 동용승 삼성경제연구소 경제안보팀장은 "대북사업을 마셜플랜처럼 대규모로 일방적으로 진행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비용 등을 떠나서라도 사업의 주체 중 하나는 북한이라는 사실을 명확히 해야 성공 가능성도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규모보다 '정밀성'이 중시되는 경협=대북경협과 관련해서 보면 북한 역시 정리되지 않는 모습을 자주 보인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북한은 "굶어도 체제를 유지하는 방향으로 간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남북경협 역시 '북한 내부체제의 영향을 주지는 않으면서 경제적 효과는 키우는 방식'에 모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남북 경협이 상당한 정밀성을 요구하는 것도 바로 이 같은 이유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기초적인 사회간접자본(SOC)이나 특구를 중심으로 남북경협의 물꼬를 먼저 트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후 남북경협의 토대 위에서 북한 스스로가 주체가 돼 남한의 자본은 물론 국제적인 자본까지 끌어들일 수 있어야 당초 설정했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합의된 남북경협은 "현재 수준에서 할 수 있는 것, 그리고 해야 하는 것을 담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조명철 대외경제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단기간에 커다란 성과를 바란다면 남북경협은 큰 성공을 거두기 힘들 수도 있다"며 "남북경협에서도 노 대통령의 지적처럼 '역지사지'의 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급한 민간자본 조달 삼가야=이 같은 관점에서 남북경협을 대규모 민간자본의 조달을 통해 해소하려는 정부 역시 성급한 추진을 삼가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정부는 이미 남북경협의 재원조달 문제가 제기되자 "SOC 구축 등은 정부 자금으로 충당하고 나머지는 민간자본을 통해 해소하면 된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자본을 제공할 민간기업들은 현재의 북한과 같은 도로ㆍ항만 미흡이나 제한적인 3통(통관ㆍ통신ㆍ통행) 등이 있는 경제시스템에서는 들어갈 가능성이 낮다고 밝히고 있다. 또 설사 들어간 뒤에도 뒤탈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만큼 위험부담이 크다는 얘기이다. 더구나 미국이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했고 적성국무역법 적용 등을 통해 대북 경제제재를 지속하고 있는 만큼 이 같은 구조적인 문제가 해소되지 않을 경우 민간자본의 북한으로 유입도 제한적을 수밖에 없다. 국책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참여정부의 임기가 몇 개월이 채 남지 않아서인지 지나치게 서두르는 것 같다"며 "일단 정부는 SOC 구축 등 제한적인 수준의 경협부터 시작해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전략으로 나가는 게 맞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최근 대북관계 개선은 북한과 미국의 관계개선의 영향이 컸던 것도 사실"이라며 "부시 행정부가 대북관계에 전향적인 모습을 보이는 만큼 남북경협 여건이 보다 호전될 것은 분명하다는 점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입력시간 : 2007/10/08 17: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