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의 초미니 회원국인 슬로베니아가 새로운 골칫거리로 등장했다.
독일 시사주간지 슈피겔은 최근 무디스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등 국제 신용평가사들로부터 잇달아 신용등급을 강등당한 슬로베니아가 유로존의 여섯번째 구제금융 신청 국가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 3일(현지시간) 무디스는 슬로베니아의 국가 신용등급을 종전의 'A2'에서 세 단계 낮은 'Baa2'로 내렸다. 'Baa2'는 정크(투자부적격)등급에서 두 단계 위에 불과하다. 등급 전망은 '부정적'으로 제시해 추가적인 하향 가능성을 시사했다.
같은 날 S&P도 슬로베니아의 장기 신용등급을 기존 'A+'에서 'A'로 강등하고 등급 전망도 '부정적'이라고 밝혔다.
S&P는 "슬로베니아의 정치 양극화가 심해지고 연합정부를 구성한 정당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무디스는 "거시경제 환경이 악화돼 외부 원조를 필요로 할 가능성이 생겼다"고 평가했다.
슬로베니아는 은행권 부실채권 문제뿐 아니라 국채금리 급등에 따른 정부의 자금조달 조건 악화, 경제성장 둔화, 정치 리스크까지 총체적 난국에 처해 있다.
슬로베니아 3대 은행인 노바류블랸스카방카(NLB), 노바크레디트나방카마리보(NKBM), 아방카비파는 정부에 자본확충을 위한 자금지원을 요청한 상태다. 또 9년 만기 국채 수익률이 급등하면서 3일에는 구제금융 신청 마지노선으로 간주되는 7%를 넘어섰다. 국내총생산(GDP) 성장률도 지난해에 이어 올해 마이너스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슬로베니아의 경제학자인 요제 다미얀은 최근 "정부의 유일한 선택은 유로존 구제기금에 전면 구제금융을 신청하거나 스페인처럼 은행권 지원을 요청하는 방법뿐"이라고 지적했다. 슬로베니아 은행들의 부실채권 규모가 60억~80억유로에 달해 이를 해소하려면 정부의 재정적자가 GDP의 20~28%에 육박할 것이고, 결국 국채 수익률이 12%를 넘어서면서 정부가 구제금융을 신청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편 S&P는 이날 이탈리아 경제와 금융기관들의 신용위험이 높아진 것을 반영해 이탈리아 15개 은행들의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했다. 해당 은행은 방카포포라레ㆍ델에밀리아로마냐 등이며 유니크레디트와 같은 대형 은행들은 포함되지 않았다.